[김창곤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전(前)정보통신부 차관] 지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퍼모나 시에서 열린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다르파·DARPA)이 주최한 ‘재난대응로봇 경연대회’에서 한국 카이스트(KAIST)의 인간형 로봇 ‘휴보’가 우승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대회는 다르파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람 대신 사고수습을 맡을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마련했다. 자동차 운전, 차에서 내리기, 밸브 잠그기 등 8개 과제를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끝내는 방식의 경기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MIT 등 세계 최고 로봇개발팀 24곳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KAIST 휴보 팀은 44분28초 만에 8개 과제를 모두 완수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4년 KAIST가 휴보를 선보인 이래 11년 만에 이룩한 쾌거로 국산 로봇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문득 2003년 정보통신부에서 시작했던 ‘네트워크로봇’ 프로젝트가 떠오른다. 그 당시 진대제 정통부장관과 정통부는 네트워크에 연결해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융합한 로봇기술을 신 성장 동력으로 삼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를 위해 KIST에 로봇 팀을 꾸려 매년 5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투자해 미래 로봇시대에 대비해 왔다.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가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는 당시 우리가 추진했던 로봇의 아류인 셈이다. 이에 자극을 받은 산업자원부는 KAIST 오준호 박사팀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지원해 오늘의 성과를 일궈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후 정권이 바뀌면서 정통부는 폐지되고 네트워크 로봇과제도 중단됐다.
로봇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머지않아 ‘1인1로봇’ 또는 ‘1가구 1로봇’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게이츠도 PC 시대를 이을 차세대 산업으로 로봇을 꼽았다. 로봇산업은 기계, 전자, 화학,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망라한 융합산업으로 관련 산업에도 파급효과가 큰 미래성장 동력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차세대 산업에 목말라 있는 산업 구조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이미 구글이나 아마존,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기업들은 로봇 산업에 파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구글은 미국과 일본 로봇 및 인공지능 업체들을 대거 인수하고 있고 소프트뱅크도 프랑스 로봇기업을 인수해 페퍼를 출시했다.
이에 비해 국내 로봇산업은 아직 국제 경쟁력과는 거리가 멀다. 로봇산업의 저변 자체도 취약하고 주변 인프라스트럭처도 미흡하다. 국내 로봇기업들은 대부분 전문 중소·벤처 기업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승부를 벌이기에 역부족이다. 특히 로봇의 지능을 담당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부분이 많이 뒤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중장기적 차원에서 로봇과 인공지능 등 관련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야 한다. 로봇기술은 산·학·연이 유기적인 협력 체제를 갖춰 추진할 때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산업화 측면에서는 시장의 변화추이를 면밀하게 검토해 가면서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