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14일까지 전국에서 청약 신청을 받은 아파트 단지는 총 20개였습니다. 서울 1곳, 경기도 7곳, 인천 1곳, 그 외 11곳이었는데요.
분양 성적은 다소 엇갈렸네요. 요즘 시장 양극화 분위기를 반영한 건지 청약 경쟁률이 평균 1대 1을 넘은 아파트가 전체의 절반 이하인 9개 단지에 불과했고요. 나머지 11곳은 1대 1을 밑돌았습니다. 1대 1을 밑돌았다는 건 100가구를 분양했는데 청약 접수자가 100명 미만, 다시 말해서 전체적으로 미달이 났다는 뜻이고요.
단지별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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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에 전국에서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베스트 단지는 울산 남구 신정동(1127-53번지 일대)에서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인 ‘울산 대공원 코아루 파크베르’였습니다.
지하 6층~지상 29층, 1개 동에 아파트 231가구와 오피스텔 12실, 근린생활시설로 이뤄졌고요. 요즘 주상복합이 비싼 관리비 등으로 인기가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인데요.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일 이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결과, 17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무려 9511명이 접수해 평균 청약 경쟁률 53.4대 1을 기록했습니다.
주택형별로 전용면적 84㎡ A형이 17가구 모집에 1순위 당해 지역에서만 4357명이 몰려 256.3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요. 84㎡ C는 96.7대 1, 84㎡ B는 69.5대 1로 뒤를 이었네요.
이 아파트 입주자 모집 공고를 보면 전용 84㎡형 분양가는 3억 7822만~4억 3104만원이었고요. 신정동에서 지난해 입주한 ‘협성 휴포레’ 아파트 같은 면적 매매 시세가 지금 2억 9750만원(KB국민은행 조사)이니까 기존 아파트보다 최고 1억원 넘게 비싼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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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 골드공인중개사사무소의 홍미라 대표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일단 입지가 좋았다. 서울로 치면 강남 대치동 격인 옥동과 가깝다보니 학군·학원 등 교육 여건이 좋다. 사거리에 위치해 교통도 편리하고, 대공원 조망도 가능하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가 맞물렸다.”
그럼 실수요자들이 몰린 걸까요? “투자 수요가 많았다. 울산 분위기가 요즘 그렇다. 앞서 2013년에 약사동에서 ‘약사 아이파크’를 분양했는데 그때 떨어진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렸다고 하더라. 청약률이 250대 1을 넘은 전용 84㎡형은 지금 분양권에 웃돈(프리미엄)이 3500만~4000만원 정도 붙었다.”
분양가가 싸지 않았는데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도 궁금한네요. “실수요자 입장에서 확실히 분양가는 비쌌다. 분양권 웃돈이 3000만원을 넘어가니까 실수요자들은 거의 손을 놓은 상태다. 투자자들은 입주 때까지 안고 가겠다는 분위기인데. 내년까지는 이렇게 청약 통장이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
Worst 청약자 0명? ‘태안 렉시움’
전국의 청약 경쟁률 꼴찌 단지는 충남 태안군 태안읍 남문리(647-2번지 일대)에서 분양한 ‘태안 렉시움’ 아파트였습니다.
이 단지는 지하 1층~지상 10층, 1개 동에 총 80가구로 이뤄졌고요. 올해 4월 16일에 준공한 후분양 아파트라는 점이 특징인데요.
헉! 그런데 지난 11~12일 1·2순위 청약 결과, 80가구 모집에 단 한 명도 접수하지 않아 모든 주택형이 미달됐습니다.
입주자 모집 공고를 보면 이 아파트 분양가는 전용 79㎡형이 1억 8000만원, 전용 84㎡형이 1억 9100만~2억 800만원이었고요. 이 정도면 지난해 태안읍에서 입주한 ‘태안 남문 코아루’ 아파트 같은 면적 매매 시세(2억 2650만원)보다 오히려 저렴한 건데요.
잘 이해가 안 되는데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 동네 한아름공인의 한상용 대표는 이렇게 설명하네요.
“이 아파트에 특별한 하자가 있었던 건 아니다. 가격도 근처에 있는 코아루 아파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싼 편이었다.”
그럼 뭐가 문제였죠? “수요 부족, 그게 원인이다. 태안 인구가 6만 5000명 정도고 오래된 소형 아파트에 사는 노인이 많은데 그나마도 이미 코아루 아파트로 갈아탄 상태다. 그러니까 새 아파트 수요가 많지 않다. 코아루도 과거 분양 당시에 60% 정도가 동네 사람들 갈아타기 수요였고, 40% 정도는 외지인들이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샀는데 결과적으로 웃돈이 붙질 않았다. 지금 공급을 수요가 못 따라가고 있다.”
벌써 다 지은 아파트인데 불 꺼진 단지라니 어쩐지 건설사 사장님이 지금쯤 잠 못 이룰 것 같네요. “분양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기존 아파트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있고 단지 시설도 잘해놓았던데. 올해 안으로는 미분양 물량을 다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대표가 사장님께 전하는 위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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