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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2층. 매장 앞의 마네킹을 봄 옷으로 갈아입히던 직원의 손길은 무기력했다. 그는 “이렇게 갈아입혀도 사람이 오기나 할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방문객이 절반 줄었다고 하는데 체감상으로는 5분의1 정도로 준 거 같다”며 “이 상태로 가다간 다 죽을거다. 롯데에서 하루 빨리 대책은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가 ‘텅’ 비어가는 중이다. 각종 안전사고로 방문객까지 뚝 끊겨 버렸다. 여기에 아쿠아리움과 영화관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찾는 손님은 5만명(개장 초기 10만명)으로 줄었다. 실제로 이날 하루종일 제2롯데월드를 지켜본 결과 이 수치가 피부에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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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장사는 전멸에 가까웠다. 작년 영업을 중단한 아쿠아리움이 위치한 지하1층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 였다. 청소기 소음과 봄 행사를 안내하는 안내방송만 빈 복도를 울렸다.
지하 1층에서 프레즐을 파는 김모 점장(51)에게 요즘 장사 어떠냐고 묻자 “오전 장사는 거의 공쳤다고 보면된다”며 “오픈 초기보다 매출은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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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까르띠에 등 명품 매장도 더 한산했다. 돌아다니는 사람은 까만 유니폼을 입은 매장 직원 뿐이었다. B브랜드 매장의 한 직원은 “명품관은 항상 고정 고객층이 있는데 요즘은 그마저 사라졌다”면서 “이 상태가 계속되면 인건비는 커녕 비싼 임대료 감당도 버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점심에도 썰렁한 식당가..롯데 직원만 왔다갔다
오후 12시 반 지하1층 식당가 ‘왕궁’. 점심시간 역시 썰렁했다. 한창 손님으로 붐벼야 할 점심시간에도 테이블은 80% 넘게 비어 있는 상태였다. 어쩌다 들어오는 단체 손님은 대부분 롯데 사원증을 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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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삼계탕 가게에서 손님을 안내하던 박 모 매니저는 “보다시피 상황이 안 좋다”면서 “매출이 줄어 런치메뉴를 확대했는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국내 최초 진출’ 매장도 힘들어
오후 3시. 한국에 첫 매장을 열어 화제를 모았던 매장들도 영업부진을 피할 순 없었다. 벨기에 초콜릿 브랜드 길리언이 운영하는 카페는 지난해 11월 오픈 당시 주문 후 음료를 받기까지 30분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로 ‘대박’을 쳤다. 하지만 이날 1층 매장에는 2팀만이 자리를 지켰으며 음료도 바로 받을 수 있었다.
저녁 7시가 되자 퇴근한 직장인들로 유동고객이 늘었다. 썰렁하던 오전에 비해 비교적 활기가 도는 듯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매장 복도만 지나갈 뿐이었다. 실제 매장에 들러 물건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편 롯데 측은 지난 1월 9일 안전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안전관리위원회를 출범한 후 매주 롯데월드몰과 타워 안전시설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직접 공사현장을 점검하는 등 신뢰회복을 위한 그룹 차원의 노력을 진행 중이지만 개장 초기 수준의 방문객을 회복하기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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