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상수도관로 정비와 물 복지 사회

전국 상수도관로 28%가 노후화
국회·지자체 정비사업 관심 절실
'물 복지' 수준 함께 끌어올려야
  • 등록 2014-10-29 오전 6:10:00

    수정 2014-10-29 오전 6:10:00

[이시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기후 변화로 인해 세계 각국의 수자원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국제사회는 ‘인간이 물에 대해 가지는 권리(the right to water)’를 보편적 인권으로 주목하고 있다. 유엔총회와 유엔인권위원회에서는 2010년 ‘건강하고 깨끗한 마
실 물에 대한 권리’를 인간다운 삶을 향유하기 위한 필수적인 인권으로 결의했으며, 이를 인권 실현의 수단으로 승인한 바 있다. 물에 대해 특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도 헌법 제35조 환경권을 통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기본적 권리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또 다양한 물 관련 법을 통해 물 관리 수준을 고도화하려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우리 국민도 이제는 양적인 측면의 수자원 확보를 넘어 질적인 문제, 깨끗하고 건강하게 생산·공급되는 수돗물에 대해 관심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수도관 노후화에 따른 수질 문제, 누수 사고 등으로 수돗물 음용을 기피할 뿐만 아니라 상수도 인프라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수돗물 음용율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수돗물 직접 음용율은 2012년 기준 3.7%로, 미국 56%(2003)·일본 27%(2009) 등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편으로 수돗물 신뢰도 제고를 위해서는 상수도관로 정비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상수도관로의 28%가 20년 이상 경과한 노후관이지만 열악한 상수도 재정 및 수도시설정비 투자 여력 부족으로 노후관 정비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한 탓이다. 시의 적절하게 노후관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상수도관은 점차 고령화돼 결국 상수도 인프라 전체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수도관 노후화 문제를 체계적·일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상수도관로 정비사업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수행하고 있는 상수도관로 정비사업은 상수관로에 블록시스템을 도입해 불합리한 급수구역 경계를 조정하고, 기능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향후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은 노후·불량관을 정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유지관리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계측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단위구역별로 유수율을 관리함으로써 이상 발생 시 즉각 현장에 대응하고 비상급수 체계를 운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에너지와 수자원 절약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전국 161개 지자체가 유수율 85% 이상을 달성할 경우 연간 3억5000만톤의 수돗물 생산·공급 절감이 가능하며, 이는 비용 절감과 수도사업 경영수지 개선으로 이어져 노후시설을 정비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에 따른 누수량 감소를 활용하면 추가적인 정수장 건설 및 관로시설 설치 없이 신규 수자원 개발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수도협회(AWWA)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상수도관로 정비에 참고할만한 전망을 내놨다. 미국은 가까운 장래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노후 상수관 정비’라는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며, 이를 위해 향후 25년간 미국 내 상수도관망 인프라에 1조 달러, 약 11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태백·영월·정선 등 강원 남부권에 상수도관로 정비사업을 하고 있고, 향후 더 많은 지자체 및 낙후지역 등에 상수도관로 정비가 필요한 우리나라로선 새겨 들어야할 대목이다. 물에 대한 권리, 물 복지에 대한 바람이 거세다. 세계 어느 나라도 깨끗하고 건강한 물을 충분히 공급하지 않고서는 삶의 질 개선과 경제적 번영을 기대할 수 없다. 환경부에서는 상수도관로 정비사업을 통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회와 지자체의 보다 큰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상수관로 정비가 물 복지의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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