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수요 죽은 상반기 주택시장…서울 거래량은 6년새 최다

거래량 집값 모두 증가...체감 경기는 '글쎄'
저가 실수요 위주 거래가 착시효과 일으켜
투자 심리 견인할 정책적 결단 절실한 시점
  • 등록 2014-07-16 오전 6:45:00

    수정 2014-07-16 오전 6:45:00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년만에 최다치를 기록했지만 실제 체감 경기는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주택 전·월세 과세 방침 발표 이후 실수요와 투자수요간의 디커플링(탈동조화)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사진제공:서울시>
[이데일리 양희동 임현영 기자] 정부의 ‘2·26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과 집값이 모두 호조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 거래량은 2008년 상반기 이후 처음 4만건을 넘어서며 6년 만에 최다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체감 주택 경기는 더 나빠지고 있어 실수요 시장과 투자 시장이 따로 노는 이른바 ‘디커플링’(탈동조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저가 급매물 위주의 실거래는 활발하지만 시장을 견인할수 있는 투자 수요는 얼어붙은 때문이다. 계약일 중심으로 이뤄지는 시장 흐름과 잔금을 치를 때까지 1~2개월이 더 걸리는 통계(신고일 기준) 사이의 시차적 한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거래량 많지만 강남권 비중은 20% 미만

1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6월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만26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3282건)보다 28.2%나 늘어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상반기(4만7984건) 이후 6년 만에 최다치로 주택시장이 호황이던 2007년 상반기(3만1093건)보다도 1만건 이상 많은 수준이다. 거래량이 가장 적었던 2012년 상반기(1만9706건)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많다.

△2009년과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 중 강남3구 비중 <자료:서울시>
하지만 투자 수요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 거래량을 살펴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주택시장이 잠시 회복세를 보였던 2009년 상반기 당시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3만4478건)에서 강남3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0.6%(1만559건)에 달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에는 강남3구의 거래량 비중이 전체 19.4%(8276건)에 그쳤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 “지난해 하반기부터 힘을 얻은 집값 바닥론과 전세난이 겹치면서 거래량은 늘었지만 저가 급매물 위주로만 매매가 이뤄져 집값 상승은 제한적이었다”며 “투자 수요가 몰리는 강남권이 아니라 집값이 많이 떨어진 강북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져 체감 경기는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거래량 증가는 전·월세 과세 방침 발표 이전인 1~2월 계약분이 3~4월 통계에 반영된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난해 말부터 취득세 영구 감면과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정책 효과로 올 1~2월 시장이 잠시 호조세를 띠며 거래량과 집값이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탔다”며 “계약일 이후 신고까지 한 두달의 시차가 있어 상반기 전체 통계를 끌어올리는 착시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 4년만 상승 반전… 3월 이후 정체가 함정

집값 역시 2010년 이후 4년 만에 처음 상승세로 돌아섰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반짝 회복세로 2009년 한해 3.6% 올랐던 서울 아파트값은 2010년(-2.3%)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2011년(-0.7%), 2012년(-4.9%), 2013년(-1.5%)까지 4년 연속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6개월간 0.3%가 올라 표면상으론 상승 반전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재건축 호재 등으로 연초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강남3구 모두 1~2월 0.8% 상승한 이후 넉달(3~6월)간 가격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3월 이후 아파트값이 오른 곳은 전무하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올해 상반기를 돌아보면 통계상으로는 거래도 많고 집값도 올랐지만 체감적으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전세난 때문에 그동안 누적돼 온 중소형 저가 매물은 상당수 소진됐지만 투자 수요에 기반한 강남권 및 중대형 물건은 팔리지 않는 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 “전·월세 과세 방침으로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길어지고 있는 만큼 수치적 거래량 증가보다는 투자 심리 위축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 결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2007년 이후 각 연도별 상반기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량 변화 추이. <자료:서울시·단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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