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부지 개발 호재로 주변 아파트값이 최고 5000만원 올랐습니다. 내년 초부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타운공인 서봉임 대표)
6·4 지방선거 이후 서울 부동산시장의 명암이 한강을 경계로 엇갈리고 있다. 특별한 개발 호재가 없는 강북지역은 잠잠한 반면, 초대형 개발이 가시화된 강남권은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있다.
봄 꿈 깬 용산, 겨울잠 자는 수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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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기간 중 이 지역은 부동산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다. 지난 3월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무산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재추진을 암시하는 발언을 해서다. 한강변 주거지역인 서부이촌동과 용산역 일대 철도정비창 기지를 다시 단계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공약이었다.
하지만 통합 개발을 반대한 박원순 시장의 연임으로 이 구상이 또다시 없던 일이 됐다. 주민들은 불만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주민 최기종(71)씨는 “도시 미래와 한강 경관을 위해 기존 계획대로 철도창과 주거지를 함께 개발하는 게 맞다”며 “큰 밑그림 없이 급한 주거지부터 정비하면 결국 난개발이 될 것”이라고 푸념했다.
선거가 끝나자 꿈틀댔던 서부이촌동 일대 집값은 다시 예전 시세로 돌아갔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 지역 대림·성원아파트 전용면적 59㎡형 매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는 올해 초 5억원 중반에서 선거전이 시작된 3월 들어 2000만~3000만원 가량 올랐다가 지금은 5억원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이복순 용산365공인 대표는 “통합 개발 얘기가 나오면서 투자 문의가 늘었다가 요즘은 다시 잠잠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찾은 서울 은평구 수색동은 용산과 사정이 딴판인데도 시장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색동 일대는 이번 선거에서 강북지역의 최대 수혜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강북판 코엑스’라 불리는 수색역세권 개발사업이 공약을 내건 박 시장 연임으로 탄력을 받게 돼서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대체로 시큰둥한 모습이었다. 주민 정모(58)씨는 “건설 경기 불황으로 입지가 좋은 용산도 개발이 안되는 마당에 이곳 개발이 쉽겠냐”며 “워낙 자주 나온 얘기라서 주변에서도 기대감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인근 멘토공인 이상규 대표는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이 지역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다보니 오히려 불만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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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지 인근 주민과 부동산업계의 기대감은 남달랐다. 주민 김모(56)씨는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인 이곳이 개발되면 집값도 동반 상승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높은 기대감은 표심에도 반영됐다. 이번 지방선거 개표 결과, 박 시장은 강남구와 송파구에서 29만5537표를 얻었다. 여권 표밭에서 정 후보(29만5740표)와의 차이가 불과 200여표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 일대 집값은 매도 호가를 중심으로 이미 수천만원씩 뛰어오른 상태다. 지난 4월 8억5250만원에 매매 거래가 이뤄진 삼성동 삼성래미안 1단지 전용 85㎡형은 현재 9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한달 보름 새 호가가 5000만원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한전은 조만간 구체적인 본사 부지 매각 방안과 일정을 마련해 이르면 올해 3분기 매각 입찰 공고를 할 예정이다. 인근 타워공인 최경자 대표는 “공약을 내건 박원순 시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개발사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시장의 첫 취임 이후 소형주택 의무 비율 규제 등으로 갈등을 겪었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이번 선거의 바람을 비껴간 모습이다. 선거 직전 사업시행인가, 건축심의 등 지자체의 인·허가 문턱을 넘어서면서 사실상 사업 막바지에 다다라서다.
개포동 양순근 개포수정공인 대표는 “지난달 건축심의를 통과하면서 개포주공 단지는 이미 서울시의 손을 떠난 것과 마찬가지”라며 “선거 결과보다 정부가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 완화 방안을 내놓을지 여부가 더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