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친서' 받은 현정은 회장, 대북사업 물꼬 트나

"친서에 남북관계 개선 의지 담겼다는 의견 지배적"
  • 등록 2013-08-04 오전 7:31:11

    수정 2013-08-04 오후 1:59:48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결코 금강산 관광(사업)을 놓치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관광이 재개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다하겠습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금강산에서 열린 정몽헌 전 회장 10주기 추모식 참석을 위해 방북했다가 오후에 돌아온 후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방북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4년 만에 금강산을 찾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3일 대북 사업에 대해 보다 강렬한 의지를 표명했다. 정몽헌 전 회장 10주기 추모행사에서 참석하기 위해 금강산을 찾은 길에서다. 이날 현 회장을 포함한 현대아산 임직원 등 일행 37명은 금강산 온정각 맞은 편에 있는 정 전 회장 추모비에서 추모식을 가진 뒤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5년간 방치된 현대아산 시설물을 둘러봤다.

특히 현 회장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구두 친서를 받아 이목을 끌었다.

현 회장 일행을 맞은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원 부위원장 등 20명은 현 회장에게 정 전 회장을 추모하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를 통해 “정몽헌 전 회장의 명복을 기원하며 아울러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정몽헌 선생의 가족과 현대그룹의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언뜻 보기에 친서 내용은 추모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사실상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재개하는 등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현 회장이 방북 후 더욱 강하게 금강산 관광 사업을 재개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앞서 현 회장의 방북을 앞두고 남북 대화가 사실상 단절된 상태인 만큼 북측이 현 회장에게 금강산 관광 등 대북 사업과 관련한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할 지가 관심사였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이번 방북의 목적은 단순히 추모 행사”라며 확대 추측을 경계해왔다. 실제로 현 회장 측은 이날 오전 금강산에 도착할 때까지도 북측에서 누가 일행을 맞을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룹 안팎에서는 현 회장이 마지막으로 금강산을 찾았던 지난 2009년 이후부터 북측에서 줄곧 실무진급을 보낸 데다 현재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만큼 고위 인사가 참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북한은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마지막 회담을 제의했지만 일주일째 묵묵부답이다. 현대아산이 사업개발자로 참여한 개성공단은 당장 폐쇄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현 회장에 대한 북측의 환대가 남북 경제협력 사업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남북 관계가 경색될 만큼 경색됐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고위 인사를 통해 현 회장에게 구두 친서를 보내는 등 큰 환대를 보인 만큼 앞으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금강산 관광 등 대북 사업을 재개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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