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지난해 정부의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책에도 20%대 고금리 카드론을 이용하는 저신용자들이 급증하면서 연초부터 카드 대란 재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3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의 카드론 이용자 중 20%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비중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51.2%로 한 달 전보다 4.5%포인트 급증했다. 특히 20~22% 미만은 30%대 육박하며 6개 전업카드사 가운데 가장 비중이 컸으며 26~28%대 최고금리 이용회원도 전월보다 2%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 출처: 여신금융협회 (12월 말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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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신한카드도 20% 이상 고금리 이용자가 한 달 만에 4%포인트나 증가했고, 현대카드도 20~22% 미만 구간 이용자 비중이 20%에 달하는 등 6개 전업카드사에서 20% 이상 고금리 적용 비중이 감소한 경우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카드론이란 카드사가 회원에게 신용도와 이용 실적에 맞춰 대출해주는 상품으로 평균 적용금리는 15~18% 수준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별도의 금리 조정이 없었음에도 이처럼 20% 이상의 고금리 적용 비중이 증가한 것은 그만큼 저신용자들의 이용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드론은 현금서비스 리볼빙보다 금리가 저렴하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이면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대안으로 가장 많이 찾고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은 100조 8924억 원으로 연초보다 2조 원 정도 줄어든 반면, 카드사들의 카드론 대출(개인) 잔액은 지난 1분기 109조, 2분기 112조, 3분기 114조 원으로 매 분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 출처:금융감독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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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산관리공사의 ‘바꿔드림론’처럼 고금리 대출을 10%대로 갈아탈 수 있는 저금리 서민 대출제도 이용을 적극 독려하고 있지만, 일정 수입이 있거나 담보가 있어야지만 가능해 악성 저신용자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이용자들은 여러 곳에서 동시에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일 가능성이 커 내부적으로 대책을 고심 중”이라며 “올 상반기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다면 지난 2003년 카드 대란 때보다 더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