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 `위험자산이 위험하다`

  • 등록 2012-05-31 오전 5:32:36

    수정 2012-05-31 오전 5:32:36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사실상 기대 수익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내려가 있는 미국과 독일 국채금리가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동시에 경신했다. 수익은 없어도 좋으니 원금이라도 지키고자 하는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발동하고 있다.

말 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정말로 위험자산은 위험할 수 밖에 없다. 주식은 물론이고 원자재, 재정위험국의 국채, 스페인의 은행채 등 소위 상대적인 위험도가 높다고 분류되는 자산들은 도매금으로 취급되는 상황이니 말이다.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VIX지수도 이날 하루에만 12% 이상 올라 지난 4월 중순 한 달 보름여만에 가장 높이 올랐다. 시장 전문가들도 이처럼 불안한 뉴스와 심리가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라고 권고한다.

BMO캐피탈마켓의 앤디 부쉬 스트래티지스트는 "현재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 취약국에서 나타나는 부정적 이슈들은 하루 아침에 개선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이 떄문에 지수가 하락하고 있는 만큼 지금 시장은 강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로존 회원국들이 자율권보다 재정통합을 계속 중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그렇다면 유로존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며 이는 유로화의 지속적인 약세, 위험자산의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프리미어/퍼스트앨리드증권의 마크 마티악 스트래티지스트도 "만약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쪽으로 결정하고, 재정위기가 적절하게 통제될 수 있다면 글로벌 경제성장은 완만한 회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지만 반대로 그리스로부터의 전염이 혼란스럽게 나타난다면 모든 게 헝클어질 것"이라며 "그리스가 어느 한 쪽으로 결론을 내릴 때까지는 방향성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점쳤다.

심지어 그리스와 스페인 상황이 다소 개선되더라도 낙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로버트 패블릭 번연파트너스 스트래티지스트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하고 스페인이 은행권의 자본 확충을 어느정도 이뤄낸다 해도 이들은 여전히 긴축 위주의 환경에 처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저성장 또는 마이너스 성장을 야기할 것"이라며 "결국 이는 나머지 전세계 국가들의 성장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지표 성적에 따라 반등 여부를 타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메리던에쿼티파트너스의 스티븐 길포일 트레이더는 "일단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예상했던 1311선을 장중 내내 지켜낸 점에서는 기술적 지지력이 아직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 만큼 아직 시장이 패닉상태라고 할 순 없다"며 "주 후반으로 가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고용지표라는 두 개의 굵직한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이에 따라 단기적인 시장 방향성이 갈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시장에서는 1분기 GDP 잠정치가 속보치인 2.2%보다 낮은 1.9%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비농업 취업자수가 15만2000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4월에는 6개월만에 최저인 11만5000명에 그쳤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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