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 `그리스 약발 다 했나`

  • 등록 2012-02-10 오전 6:30:01

    수정 2012-02-10 오전 6:30:01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정말 지겹게 기다려온 그리스 정부와 정치권의 구제금융 지원안 합의가 끝내 타결됐다. 선거를 앞둔 마당에 국민들의 삶을 쥐어짜는 긴축정책에 섣불리 동의하기 힘든 정치인들의 입장이야 이해하지만, 시장쪽에서 보면 진이 다 빠질 정도였다.

그래서였을까, 기다리던 합의 소식이 전해졌음에도 뉴욕증시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그나마 상승세를 유지했던 원동력은 오히려 신규 실업수당 호조와 영란은행의 양적완화 확대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과연 그리스 재료의 약발은 다 했을까?

일단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긴 하지만 대체로 `악재가 끝났다`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물론 일부는 안도감에 꾸준히 지수 하방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다른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밀러태박의 앤드류 윌틴슨 스트래티지스트는 "그리스 합의 결과 이후 미국 증시가 거의 상승하지 못했다"며 "워낙 오래 끌어온 사안인 만큼 이제는 이것이 호재가 되지 못한 채 그저 유로존 경제에 추가적인 악재나 리스크 요인이 제거된 정도로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 그리스 이슈가 잘 풀려도 그에 따라 지수가 빠르게 오를 것 같지 않다"며 "시장은 경제지표가 더 개선되고 이에 관계없이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만 추가 상승 모멘텀을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아메리카에셋매니지먼트의 스티브 니메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우리는 뉴스에 주식을 팔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예상했던 것에 비해 그리스의 구제금융 합의 내용에 큰 기대를 보이지 않고 있는 듯하다"며 "이제 ECB가 그리스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관건이며, 이는 앞으로 투자자들에게 포르투갈이나 아일랜드 등 다른 나라들이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그 문제에 대처할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쉐퍼스인베스트먼트리서치의 라이언 디트릭 스트래티지스트는 "단기적으로 증시는 과매수 국면에 놓여있지만 그러나 미국 경제지표가 계속 개선되고 있고 유로존에서 큰 악재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 여전히 고무되고 있다"며 "따라서 1월 큰 장이 있었지만 앞으로 큰 조정보다는 횡보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며 시장으로서는 숨고르기를 할 것"이라고 점쳤다.

다만 또 다른 전문가는 실제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2차 구제금융 지원안을 승인할 때에쯤 단기적인 호재로서의 영향력을 재차 발휘할 것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모건키건의 마이클 깁스 주식전략이사는 "우리는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의미있는 상승세를 보여왔는데 이는 긍정적인 경제지표와 유로존 공포 완화 덕이었다"며 "그리스 합의는 기대에 못미치는 반응이었지만, 실제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을 최종 승인하기 전까지는 그리스 호재에 환호하긴 힘들었을 것이며 그 시점이 되면 지수는 추가 상승할 여지가 더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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