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합병(M&A)전이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감정싸움으로 확전되고 있고 현대그룹의 경우 M&A 결과에 따라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011200) 경영권까지 위협받을 수 있어 채권단은 M&A 후 제기될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평가기준 과거 틀대로..인수기업들도 충분히 예상
14일 채권단과 매각주관사에 따르면 현대건설 M&A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우선협상대상자 평가 기준은 과거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M&A의 평가기준의 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2006년 대우건설(047040) 매각 당시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대략적인 평가기준과 배점을 공개했다"며 "큰 틀에서 이런 기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인수 주관사들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캠코는 대우건설 매각 당시 가격부문과 비가격부문으로 평가 기준을 구분했고 100점 만점에 가격 배점을 67%(3분의2)~75%(4분의3), 비가격 배점을 33%~25%로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캠코는 내부적으로 가격 부문을 70점, 비가격 부문을 30점으로 정한 평가기준 예시표를 정했으며, 이런 기준은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M&A의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표 참조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도 지난 10월 창립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건설 매각에서) 가격이 3분의2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비가격 항목 중 자금조달 배점 높아질 듯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융권에서 과도한 돈을 빌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따라 인수한 후 무너졌던 전례가 현대건설 M&A에 일정부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평가 관행과 비교해 가격과 비가격 배점을 큰 폭으로 조정하기보다는 비가격 부문의 평가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가격 부문 항목 중 상대적으로 객관적 지표로 평가되는 자금조달 방안(과도한 차입 여부)과 재무능력 및 신용도 등의 배점을 높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같은 방침은 상대적으로 자금동원 능력이 우월한 현대차 그룹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수 의지는 상대적으로 현대그룹이 높아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략적인 평가기준이 공개돼 있어 현대차그룹이나 현대그룹 모두 상식 밖의 가격을 써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측했다.
현대건설 매각대상 주식인 3887만9000주(34.88%) 가격은 본입찰 직전일(12일) 종가 기준으로 2조8576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20% 보탤 경우 3조4291억원, 50%면 4조2864억원이다.
채권단은 평가의 투명성을 더욱 높이고 평가과정의 철통보안을 지키기 위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채권단은 본입찰 제안서를 가격과 비가격 부문으로 각각 밀봉해 접수받아 비가격 항목을 우선 평가한 후 가격부분을 평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가격을 먼저 보게 되면 선입견을 갖고 비가격 부문을 평가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본입찰 제안서 평가는 15일 오후 3시 입찰 마감 이후 매각 주관사들이 입찰 제안서 내용을 확인·검증해 평가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긴 후 주주협의회 운영위 소속 3개 금융회사가 평가결과를 재검증해 결과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평가장소는 시내 모 호텔이 유력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평가장소에서는 외부와 통화할 수 있는 휴대전화 등 기기를 소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검증에 시간이 걸릴 경우 1박2일 이상 합숙평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CCTV를 설치해 출입 기록을 남기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현재까지 검토해왔던 우선협상대상자 평가기준과 방식을 15일 본입찰 직전 확정할 계획이다. 우선협상 대상자는 빠르면 16일 또는 17일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