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일 발표된 BVA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21일 상원에서 연금법이 가결되더라도 노동계 파업이 지속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번 시위가 단순히 ‘연금’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악화되는 빈부격차,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한 반감, 심화되는 청년실업, 프랑스의 참여 민주주의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사르코지가 침체에 빠진 프랑스 경제개혁의 주요과제로 내건 연금개혁은 ‘오래 일하고, 늦게 받는’ 것이 핵심이다. 2018년까지 정년을 현 60세에서 62세로 연장하고 연금 100% 수령가능 연령을 현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것이다. 프랑스 연금제는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를 부양하는 ‘세대간 이전 방식’이기 때문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인들이 더 많이 일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노동계와 야당은 1983년 프랑수아 미테랑 사회당 정부 당시 얻어낸 ‘정년 60세’를 양보할 경우 신자유주의 성향의 사르코지 정부가 연금개혁을 시발점으로 각종 사회복지를 축소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만큼 연금 재정문제를 고소득자에 대한 추가과세 등을 통해 해결하라고 정부에 요구한다.
사르코지의 정책추진 방식도 반감을 샀다. 제롬이라는 시민은 “사르코지는 집권 이후 집시 추방 등 인종차별 정책을 추진하더니 (베탕쿠르의) 정치자금 스캔들에까지 휘말리고, 공적예산 사용에서도 무분별하다. 나는 민주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거리집회에 나선다”고 밝혔다.
파리에서 교사로 일하는 인디아 노프는 영국 언론 BBC와의 인터뷰에서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국민들도 공감하지만, 현재 사르코지는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뒤통수를 때리는 식으로 급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오라는 이름의 시민도 “고교생들이 집회에 참가하자 정부는 ‘이번 연금개혁은 젊은층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는데, 이는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젊은층의 집회참여는 노동계와의 연대를 위한 측면도 있지만, 정년이 연장될 경우 청년실업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영향이 크다. 윌리엄이라는 한 청년은 “주위 친구들 중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이들이 많다”며 “연금개혁 반대도 이유지만 현재의 제도적 문제들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BBC는 이번 시위에 대해 “연금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프랑스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유로운 노년을 지키기 위해 프랑스인들이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분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