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적극적인 양적 완화를 천명한데 이어 일본 중앙은행(BOJ)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고 시중에 자금을 풀겠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사방에서 물처럼 돈이 쏟아지고 있는 것.
시중에 돈이 넘쳐흐르면 물론 증시엔 긍정적이다.
일단 증시를 기웃거리는 자금이 늘어난다. 현금으로 들고 있기에는 돈 값이 너무 싸다. 돈을 쥐게 된 투자자들은 뭐라도 사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금리가 떨어질 대로 떨어져 채권 기대수익률은 너무 낮다. 주식을 사고 싶은 심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달새 5조원 넘게 국내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 매수가 여기서 비롯됐다. 막강한 돈 줄을 틀어쥔 외국인은 주식과 채권을 오가며 국내 금융시장을 마음껏 쇼핑했다.
있는 대로 돈을 풀겠다는 각국의 약속은 `당국의 힘`에 의한 경기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더욱 부채질했다. 부진했던 경제지표가 반짝 튀어오를 경우 주식 투자심리는 그만큼 고조될 수밖에 없다.
밤사이 뉴욕 증시가 급등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다우와 나스닥 등 주요 지수는 2% 안팎의 상승률을 나타내며 글로벌 유동성 장세에 환호성을 질렀다.
문제는 주요국의 잇단 돈 풀기가 이른바 `환율 전쟁`을 가열시키는 양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 등락으로 인한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엔고(円高) 수혜를 누리던 국내 기업들로서는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이다.
더 크게는 엔캐리 자금 회수에 속도가 붙으며 이머징으로 유입되던 글로벌 자금 추이가 달라질 수 있는 점을 관심있게 봐야 한다. 펀드 환매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금이 힘입어 1900을 눈 앞에 둔 국내 증시로서는 무엇보다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의 1900선 탈환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좋아만 하기보다는 글로벌 자금이 어느 쪽으로 향해가고 있는지를 유심히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