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 쇼크..''울며 겨자먹기식'' 버티기 언제까지

건설현장 자재운송비 급등… 손실 ''눈덩이''
물류회사 "원가 30~40% 상승압박" 울상
판매부진 경유차 생산업체는 감산 돌입
출항포기 어선 늘어 산지 수산물값 ''껑충''
  • 등록 2008-05-28 오전 7:56:41

    수정 2008-05-28 오전 7:56:41

[조선일보 제공] 경유 가격이 연일 고공(高空) 행진을 계속하면서, 산업계가 초(超)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고(高)경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물류와 수산업계는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화물차량과 어선들은 "기름값이 너무 비싸 수지 타산이 안 맞는다"며 운행이나 조업을 포기하고 있고,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경유차 생산업체는 이미 감산(減産)에 들어갔다. 관련 업계들은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을 호소하는 등 산업 현장에 '경유값 쇼크'가 확산되고 있다.

◆경유 가격 천정부지…산업계 초비상

가장 심한 가격 인상 압박을 겪고 있는 곳은 배달 차량에 경유를 쓰는 물류 업체. 이들은 차량을 운행할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현대택배 관계자는 "경유값이 워낙 가파르게 올라 수지를 맞추려면 지금보다 배달 요금을 최소 30~40%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물류 회사 관계자도 "자고 일어나면 기름값이 오른다"며 "불과 1주일 만에 비용 부담이 10%포인트 더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A물류 회사의 경우, 치솟는 경유가격 때문에 이달 현재 지난해 영업 이익의 절반에 육박하는 3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 부담이 생겼다. 빈 차로 운행하는 공차(空車) 비율을 낮추는 등 자구책(自救策)을 마련하고 있지만, 유가가 오르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 고민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유값 인상분을 요금에 즉각 반영할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겨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운송차량의 다수를 차지하는 지입 차량(회사 소속이 아닌 개인 사업자 차량) 차주(車主)들 가운데 일부는 경유값 부담을 견디지 못해 아예 운행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운행을 포기한 화물차가 전체의 10%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경유 가격 급등으로 하청업체들의 단가 인상 요구→공사 단가 급등이라는 악순환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공사 공정을 맡겨온 외주업체들의 생산 원가 부담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 주택공사팀 박기성 부장은 "벽돌, 블록, 레미콘 등 자재 공급업체들은 운반비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이, 포클레인과 덤프 트럭 등을 임대하는 업체들은 유지비 상승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원청업체도 제때에 자재를 공급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레미콘 업체는 경유가격 상승 추세에 따라 지난 4월 레미콘 판매가를 8% 정도 올렸는데도 한 달에 17억4000만원의 추가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림산업 부천 중동 'e편한 세상' 아파트 공사 현장 관계자는 "2005년 최초 계약시 경유가가 L당 1200원에서 최근 1800원대까지 오른 만큼, 유가의 영향을 받는 건축장비 업체 등에서 이미 급속한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는 경유가격 급등으로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SUV 차량 렉스턴과 액티언에 대해 지난주부터 6주 동안 감산에 들어갔다.

◆어선 조업중단에 수산물 가격 줄줄이 인상 예고

경유 가격 상승은 수산물 수급과 조업으로도 파장이 미치고 있다. 어선은 대부분 어업용 면세유(경유)를 사용하는데, 이 가격이 1년 전보다 2배 정도 뛴 탓이다.

단적으로 올 들어 강원·경북·울산 등 동해안에서 조업을 나간 전체 어선 숫자는 약 32만 척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만 척이나 줄었다. 부산 지역의 경우, 대형 쌍끌이 어선 80척 가운데 현재 조업에 나선 어선은 14척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그물을 거둬들인 상태다.

서민들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고등어 잡이배(대형선망)들은 전체 29개 조업선사 가운데 출항을 하지 않고 조업을 쉬는 업체가 10개 사에 이른다. 수협 관계자는 "지금은 조업에 나설수록 손해"라며 "경유 가격이 올라갈수록 조업포기 어선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산업계에서는 연안어업을 살리기 위해 세제혜택 같은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어선이 고기를 잡지 않는 바람에, 수산물 출하 가격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최근 어획량이 급감하다 보니 선어(鮮魚·냉동 안 한 생선)가 부족해 냉동고등어 위주로 판매가 되고 있다"며 "산지 가격은 최근 20~30% 올랐는데 아직 판매가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푸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갈치나 오징어 등 다른 수산물의 경우 아직 가격변동은 없지만 어민들의 기름값 부담이 커져 조만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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