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셔더스트릿으로 나서면 늘 한국어로 말을 거는 인도 아저씨가 있었다. "안뇽하쎄요?(안녕하세요?) 밤 머고소요?(밥 먹었어요?) 요기 진차 마시쏘요(여기 진짜 맛있어요)" 하얀 런닝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이 아저씨는 늘 똑같은 말만 건넸다. 외국인 치고는 발음이 그럭저럭 괜찮았다.
▲ 아저씨만의 작은 조리공간, 조리도구도 별로 없는데 뚝딱 요리를 만들어냈다. | |
이 사람들에게 분주하게 요리를 해주고 있었던 깡마른 아저씨. 남의 가게 앞에 아주 낡은 조리도구 몇 개와 휴대용 가스레인지 하나를 놓고 뚝딱 뚝딱 요리를 해냈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이 아저씨는 항상 그 자리에서 요리를 했다. 워낙 더운 나라라 인도인 대부분이 늦게 하루를 시작하는데 아침 이른시간에도 아저씨는 그 자리에서 똑같은 인사를 건넸다.
그렇지만 우리는 매번 그 아저씨를 지나쳐 셔더스트릿 끝쪽에 있는 캐서린 제과점에서 아침을 먹었다. 여기엔 베이글부터 샌드위치, 케익까지 없는 게 없었다. 아침 에어콘이 빵빵하게 나오는 제과점에서 매일 다른 종류의 빵에 네스카페 한잔을 마시면서 그날의 동선을 짜곤 했다.
▲ 아저씨표 김치볶음밥, 김치국수, 비빔면 | |
점심은 한참 지났고 저녁까지는 먼 애매한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다. 서양 남자와 여자가 테이블도 없는 긴 나무의자에 앉아 일회용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아 먹고 있다.
그 나무의자 한쪽에 걸터앉았다. 그동안 그냥 지나치느라 못 봤는데 벽에는 일본어와 한국어로 된 메뉴가 빼곡하게 적혀져 있다. 저 많은 요리를 혼자서 한단 말인가. 비빔면과 김치국수, 김치볶음밥을 시켰다. 가격은 20루피에서 22루피 사이, 500원도 안 된다.
아저씨가 조리기구 늘어놓은 곳으로 가더니 성냥을 켜서 곤로같이 생긴 가스레인지에 불을 켠다. 곤로가 하나라 요리도 하나씩 차례로 해야 하지만 아저씨는 능숙한 솜씨로 척척 요리를 만들어낸다.
콜카타에서 400루피짜리 신선로도 먹어봤고 200루피가 넘는 탄두리치킨도 먹어봤다. 그러나 20루피짜리 아저씨의 음식에 비할데가 못 됐다.
땀 뻘뻘 흘리면서 편하지도 않은 긴 나무의자에 앉아 먹은 길거리표지만, 콜카타에 와서 먹은 어떤 저녁보다도 맛있었다. 맞은편 나무 그늘 아래 인력거를 세워놓고 낮잠을 자는 릭샤왈라가 더욱더 여유를 느끼게 했다.
왜 이 맛을 늦게 알았을까 후회하면서 서둘러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 안에서도 그 맛이 계속 입안을 맴돌았다.
한국에 돌아와 인도 여행정보를 얻었던 인터넷 카페에 "콜카타에 가면 셔더스트릿 중간쯤에 깡마른 아저씨가 하는 노점 음식점 꼭 먹어보삼...강추!!" 하고 한줄 올렸다.
▲ 콜카타 셔더스트릿에서 늘 음식을 팔던 아저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