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PC 제조업체 델이 실적 부진, 고객 불만, 노트북 배터리 리콜 파문 등으로 홍역을 앓으면서, 최고경영자(CEO)인 케빈 롤린스(53·사진)의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PC 업계 라이벌인 휴렛패커드(HP)와 델을 성적을 비교하면서, 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HP처럼 CEO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최근 델을 둘러싼 악재들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5분기 연속 실적부진·리콜 사태·주가 하락
2004년 7월 롤린스가 CEO로 취임한 이후 델의 실적은 5분기 연속 전망치를 밑돌았다. 이 기간 중 고객 불만은 쏟아졌고, 최근에는 410만대의 노트북 배터리를 리콜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실적까지 나빠져 지난 2분기 순이익은 51%나 감소했다.
델 주가는 롤린스 취임 이후 60% 하락했다.
피브스 서드 에셋 매니지먼트의 서닐 레디 펀드 매니저는 "롤린스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베어스턴스의 앤드류 네프 애널리스트는 "델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면서 "사태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CEO를 교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프 애널리스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CEO 교체 사례로 HP와 선 마이크로시스템스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CEO 책임론..HP 피오리나 대표 사례
피오리나는 1999년 7월 HP CEO로 영입됐을 당시만 해도 HP 역사상 최초의 외부 출신 전문 경영인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컴팩과의 합병 실패, 주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퇴출됐다. 피오리나 부임 이후 HP 주가는 무려 50%나 하락했다.
월가에서는 피오리나가 HP에서 실패한 가장 큰 배경으로 델과의 경쟁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 것을 꼽고 있다. 베인 앤 컴퍼니의 컨설턴트였던 롤린스는 1996년 델에 입사, 마이클 델과 함께 HP와의 기술주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지난해 피오리나가 HP를 떠난 이후, 롤린스는 피오리나와 비슷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 델과 HP간의 주가 전쟁은 HP의 승리로 양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주식시장에서는 롤린스가 델을 떠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아래 그래프 참고)
그러나 롤린스가 당장 델 CEO 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인 높지 않아 보인다. 델의 창립자인 마이클 델이 롤린스를 신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밥 피어슨 델 대변인은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델이 롤린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지난 7월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98%가 롤린스를 지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