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박기수 김수연 홍정민 기자] 은행과 보험업계는 고령화사회 진전에 따라 노후에 대비하려는 고객을 겨냥한 대응책 마련이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금융상품에 노년층을 위한 부가서비스를 보태는 것 이외에는 현재로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반응이다. 다른 고객들과 노년층을 딱히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정부 차원에서 `실버 상품`에 대한 세제를 포함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은행, 상속·유언서비스 수준..퇴직신탁·역모기지론 대안
국민은행은 예금상품에서 차별성을 부각시키기가 어렵다고 보고, 신탁상품에 노인층을 겨냥해 보험과 유언집행 등의 서비스를 넣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KB실버웰빙 연금신탁`은 실적배당이면서도 원금을 보장해 주는 상품으로, 상해보험 서비스를 넣어 노년층을 겨냥했다. 적립기간은 10년 이상으로 55세 이상 될 때까지 불입한 뒤 5년 이상 단위로 연금이 지급된다.
또 유언장 작성에서 집행까지의 관련 업무를 처리해주는 `KB유언신탁`도 노년층을 겨냥한 상품이다. 상품 가입시 재산관리나 상속절차 등을 컨설팅해 주며, 사후 재산관리에 관심이 많아질 것으로 보여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상품이다.
우리은행도 노년층 중심으로 금융자산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까지 특화된 전략은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여수신, 방카슈랑스, 펀드 등 관련 부서가 모여 상품개발과 실버고객 잡기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만 55세 이상, 20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한 ·뷰티라이프 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고객이 가입 즉시 건강관리회사인 ·365홈케어·에 의해 주치의가 지정되고, 제휴 병원에서 각종 건강관리에 대해 할인서비스도 받게 되는 점이 특징이다. 이외에 골프 등 레저 관련 혜택도 주어진다.
하나은행의 경우도 고령화가 추세임을 인식, 관련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으며 현재는 하나경제연구소와 노인층의 수요 파악을 위한 조사를 진행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상품을 출시하지는 않았지만 주로 50~60대인 PB고객들에 대해 상속 및 증여시 세무지원 서비스, 실버타운 조사 및 제공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들이 점차 고령화될 경우 `상속`보다는 `연금`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고령층에 적합한 것으로 현재 하나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상품은 디자인 예금으로, 고객이 만기를 정하고 만기때까지 일정 금액을 나눠받는 구조로 설계됐다.
또 유언장 보관과 집행뿐 아니라 재산 처분까지 맡기는 유언신탁 상품과 부동산 관리 처분 신탁 등을 기본 컨셉으로 잡고 관련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초 은행권에서는 최초로 역모기지론을 판매, 주택을 담보로 생활비를 연금식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밖에 일정금액을 불입한 뒤 퇴직 이후 연금을 받을 수 있는 퇴직신탁과 55세 이상부터 지급받는 연금신탁 등을 통해 고객들이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퇴직연령이 낮아지는 추세에 착안, 예금에 가입한 뒤 퇴직할 경우 퇴직시점에서 6개월 이내에 신청하면 예금금리를 우대해주는 `퇴직예금`(가칭)을 구상중이다. 다만 금리나 영업점 상황을 감안하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립식 펀드나 주식형 기업연금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장기적으로는 주가상승이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며 주식시장도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은 일정 연령대가 넘으면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67세까지 수입이 있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면서 "부동산 전망도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아 적립식 펀드, 주식형 기업연금 등에 가입하거나 나이가 들면 집이나 살림을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 공적연금 보완하는 `연금보험` 가장 보편적
`평생 설계`를 내세우는 보험권은 노후 대비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 보험에서는 `오래사는 것`역시 대비해야 할 `리스크`로 인식한다. 대표적인 것이 연금보험. 보험사의 대표 상품이기도 한 연금보험은 공적 연금이 불충분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인 노후대비책이다.
또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노후대비 상품인 간병보험도 판매되고 있다. 치매에 걸리거나 중병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을 때 가족들의 간병 수고를 덜기 위한 보험이다. 이미 고령화 사회로 이미 진입한 프랑스 서구 선진국가에서는 이같은 간병보험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한다.
삼성생명이 경우 ‘삼성실버케어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치매, 중풍, 뇌졸중, 재해 등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장기간병 상태가 될 경우 매월 보험금을 지급해 간병을 받게 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험 가입이 어려운 70세까지 가입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CI 보험 역시 본래 취지는 노후에 위중한 질병에 걸렸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잔병은 정부가 다 치료해준다”는 한 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상대적으로 가벼운 병은 의무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만 노후에 심근경색 등 중증 질환에 걸렸을 때에 대한 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CI보험과 간병 보험을 혼합한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종신보험과 성격이 유사하지만 만기가 되면 일정액을 지급받을 수 있는 양로보험 역시 방카슈랑스를 통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에게 노후를 대비하는 보험에 대한 수요는 크지 않은 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지금 당장` 필요치 않은 보험에 대한 인식이 낮아 연금을 제외한 노후 대비용 보험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