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대한 세 단계의 전망

  • 등록 2001-07-22 오후 12:46:33

    수정 2001-07-22 오후 12:46:33

[edaily] 미국 경제는 지금 전환점에 와 있다. 그러나 어디로 "전환"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미국경제의 상황에 대해 2분기를 최저점으로 보면서 이후에는 경제가 다시 되살아 날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 있다. 2분기가 얼마나 악화될 것인지는 27일로 예정된 정부의 경제지표 발표 후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그린스펀 효과" 각본이다. 두 번째로 "불행한 부시부자"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나 이제 곧 시작될 것이라는 견해다. 두 명의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시기는 모두 경제 침체기였으며 운좋은 클린턴이 그 사이에 정권을 힘겹게 유지했었을 것에 대해 부시 부자는 미안해 할 것이라는 얘기다. 경제전망은 복잡하지만 반대로 매우 간단할 수도 있다. 복잡하다고 다 들어맞는 것은 아니므로 이번에는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경제를 소비자 지출, 설비투자, 세계 각 국의 생명력 세 부문으로 압축해보는 것이다. 먼저 대대적인 감원바람, 불안한 증시,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 신경제 이후의 침체 등이 경제의 활기를 잠식해가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서 소비자 지출만은 상대적으로 견고했다. 아직까지 미국인들의 자동차 구매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지난 봄에 비해 6%나 증가한 주택구매는 12% 하락한 주식시장의 침체를 상쇄하는 효과를 갖는다. 그러나 18일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 의장의 발언대로 전 세계의 경제둔화는 미국 소비자 지출의 증가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것이 아니다. 실업률은 경기가 확장되는 와중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매리어트 호텔의 최고재정책임자(CFO)인 안 소렌슨은 " 시장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미국 기업들도 언제까지 해고를 단행하지는 않을 것"이라 지적했다. 임금인상, 특별수당, 스톡옵션 등도 올해 개인소득을 증가시키지는 못했으며 소비자들은 계속 빌려서 소비할 수만은 없다. 이미 소비자들의 월급 중 대출과 이자에 쏟아붓는 돈이 20년래 최고인 14%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이 부시 대통령의 경기부양 정책과 절묘한 타이밍을 이룬다. 경기가 좋을 때 계획했던 감세안은 현재의 침체 상황에서 적절한 효과를 발휘하게 됐다. 그렇지만 결국 소비자 지출이 감소할 가능성은 60%다. 생산자 부문의 확장이 불황을 타개할 수도 있으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1990년 경기후퇴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현재 산업 가동률은 1982년 이후 최저인 77%로 나타나 추가적인 설비투자 또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은 감소해서 현재로서는 투자재원 조달도 쉽지 않다. 이러한 일련의 악조건들로 인해 경영진들은 올해 경기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본 지출의 많은 부분이 이렇게 경영자들의 느낌으로 이뤄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미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인식하는 제조업자들조차 설비투자를 꺼리고 있다. 건설관련용품 제조업체인 매스코의 최고경영자 리처드 마누지안은 "사업이 4월부터 나아지고는 있으나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바닥을 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한다.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테일러 또한 자본지출을 올해는 30% 삭감하는 동시에 2002년까지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부문이 미국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데 비해 생산자부문은 15%에 불과하다. 그러나 투자지출의 긴축은 더욱 혹독하게 이뤄질 것이며 이것은 경기침체의 지속여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CEO들이 소극적일수록 경제는 쇠퇴하기 때문이다. 투자감소가 앞으로 6-9개월 정도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85%의 가능성을 두자. 미국 경제의 침체를 일본이나 유럽, 신흥시장이 다시 기세를 펼 기회로 인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수출시장은 그저그런 상태에서 우려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은 아직도 경기 침체 상황이고 유럽 또한 경제 성장에 대해 예전처럼 자신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 문제가 또 하나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으나 지난 1997년 태국에서 촉발된 외환위기가 전 세계경제에 타격을 입혔던 것 같이 심각한 파급효과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조심할수록 좋다. 미국이 과거에 환란을 피해갔듯 지금도 무사히 넘어가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악화될 수 있는 확률은 75%나 된다. 아직까지 올해나 내년에는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단지 예측에 불과하다. 이를 현실로 만드는 것은 소비자와 생산자, 그리고 세계경제 세 부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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