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매입 '역전세' 집주인, 빚 탕감 열린다…도덕적해이 논란

HUG '대위변제 주택 환매 조건부 매입 임대' 신설
현재보다 미래 시점 시세 높다면 채무 안 갚아도
그간 경매 낙찰 받던 HUG, '무단 임차인' 등 걸림돌
"무리한 투자·채무불이행 책임, 정부가 회피하게 해줘"
  • 등록 2024-08-21 오전 5:00:00

    수정 2024-08-21 오전 5:38:57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역전세’로 당장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채무액을 갚아야 하는 임대인(채무자)들이 실제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길이 열린다. HUG가 역전세 주택을 매입하고, 이후 임대인이 해당 주택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상품이 도입되면서다. 임대인 입장에는 향후 오른 시세에 주택을 팔면 HUG에 갚아야 할 돈 이상의 차익도 볼 수 있다. 만약 시세가 떨어진다면 추가 손해는 HUG가 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무리한 투자, 채무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정부가 대신 져주는 것 아니냐는 ‘도덕적해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올해 2000가구·내년 4000가구 계획

20일 HUG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주택공급정책에는 든든전세주택 확대 공급 방안으로 HUG가 대외변제 주택을 환매 조건부로 매입해 임대하는 유형인 ‘든든전세 주택2’가 신설됐다. HUG는 올해만 2000가구, 내년 4000가구 등 총 6000가구를 든든전세 주택 2 유형으로 받는다는 계획이다.

환매 조건부를 통해 당장 빚을 갚아야 하는 집주인은 미래에 오히려 차익까지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현재 빌라 시세가 1억원, 전세보증금(대위변제액)이 1억 2000만원이라면 임대인은 HUG에 20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2020년 후반 어느 시점에서 빌라 시세가 1억 2000만원 이상을 형성한다면 임대인은 HUG로부터 해당 주택을 다시 사들일 수 있다. 이후 매각을 통해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다. 반대로 미래 시세가 대위변제액 이하로 떨어진다면 임대인이 매입을 포기하면 된다. 추가 손해는 HUG가 진다.

기존 집주인은 HUG 잔여채무(대위변제금-HUG 매입가격)를 임대종료까지 상환 유예하는 등 혜택도 있다. HUG는 전세보증 가입 건수가 2건 이하인 임대인에게만 대위변제금 이하로 협의매수한다. 든든전세 운영기간은 최대 8년(4+4년)이다.

이 때문에 채무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해결해주는 도덕적 해이를 부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HUG는 지난해 전세보증 대위변제에 무려 3조 5544억원을 지출했다. 2017년 대비 1000배 넘은 숫자다. 올해는 4조 2000억원에 달할 걸로 예상되는 등 재정 사정이 좋지 않다.

채무자와 직거래로 일정 단축

HUG가 이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든든전세 주택 2 유형을 신설한 이유는 1 유형인 경매의 한계 때문이다. HUG는 지난 5월부터 역전세로 채권자가 된 빌라들을 대거 강제경매로 넘겼다. 이후 지금까지 1000여건(16일 기준 1098건)을 ‘셀프 낙찰’받았다. 문제는 경매를 위한 시간·비용이 당초 생각보다 컸다는 점이다. 인력 여건상 해당 경매물건을 실제로 알아보지도 않고 ‘묻지마 낙찰’을 받고 있다. 이러다 보니 건물 내부가 전면 리모델링이 필요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거나, 임대인이 경매 일정 사이 새롭게 ‘무단 임차인’을 받는 문제 등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 때문에 HUG는 차라리 채무자와 직접 거래를 통해 소유권을 경매보다 빨리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유형(든든전세 주택 2)을 신설했다. HUG 관계자 역시 “든든전세 2는 든든전세 1에 비해 채권회수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면서 “든든전세 1의 경우 소유권이 확보된 점유자에 대해서는 명도협상 전문인력을 투입해 자진퇴거를 유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관건은 채무자의 시세차익을 최대 얼마나 허용할 것이냐다. 시세 차익이 크다면 정부 정책을 통해 부실 임대인을 지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차익이 크지 않다면 채무자가 든든전세 주택 2를 가입할 요인이 없다. 이에 대해 HUG는 “임대인이 과도한 시세차익을 가져가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임대인들에게 미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면서 퇴로를 열어주는 제도”라며 “무리한 투자, 채무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회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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