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 회담이 여야 대화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되지만 25만원 지원금을 꼭 논의해야 할 이유가 뭔지 의문이다. 나라 곳간이 대규모 세금 뿌리기에 나설 만큼 한가롭지 않아서다. 지난해 56조 4000억원의 역대 최대 펑크를 낸 세수는 올해도 전망이 극히 어둡다.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 국세 수입의 3대 축이 모두 위기다. 법인세는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 급감으로 정부 전망(77조 6649억원)에 크게 미달할 가능성이 커졌다. 많을 때는 전체 법인세의 10% 이상을 차지했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조 5000억원 넘게 적자를 낸 탓에 올해 법인세를 한 푼도 안 내게 됐다. 법인세 납부 2위의 SK하이닉스도 4조 6700억원의 적자를 내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한국 관련 기사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정치 리더십 분열로 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조적 만성 질환에 정치 장애까지 겹친 한국 경제의 앞날에 강한 의문을 던진 것이다. 이런 판국에 재정 건전성을 흔들고 미래 세대 부담을 늘리는 퍼주기를 강행한다면 이는 제 발등을 찍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민 세금이 총선 승리 축하금으로 쓰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