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로 번 전 재산 5000만원, 전부 주고 떠난 할머니

권옥선 할머니, 지난 1일 별세
평생 모은 재산 5000만원 기부
  • 등록 2024-04-08 오전 6:00:32

    수정 2024-04-08 오전 6:00:32

지난 4일 부산 북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권옥선 할머니의 빈소를 찾은 오태원 북구청장이 조문하고 있다.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다 나누고 가는 게 도리야”

평생을 힘들게 모은 전 재산 5000만원을 기부한 80대 할머니가 홀로 세상을 떠났다.

6일 부산 북구청은 지난 1일 만덕동 한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권옥선(86) 할머니의 사연을 전했다.

권 할머니는 지난 1월 자신의 전 재산 5000여 만원을 “저소득층 학생 등 불우이웃에게 써달라”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만덕3동 행정복지센터, 적십자 등에 나눠 기부했다. 이 돈은 기초생활수급자인 권 할머니가 가사도우미 생활을 하면서 평생 모은 재산으로 알려졌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권 할머니는 어린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자신이 느낀 서러움을 자라나는 아이들만은 겪지 않길 바랐고, 이같은 마음을 담아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또 권 할머니는 결혼은 했지만 자식이 없다는 이유로 시댁에서 홀대를 받았다고 한다. 결국 시댁과 연락이 끊긴 채 홀로 생활했던 권 할머니는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 서울 등지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면서 생활비를 아껴 적금 통장에 돈을 모았다.

고인은 그동안 여러 차례 만덕3동 행정복지센터 측에 기부 의사를 밝혔다. 행정복지센터 측은 “오래 사시면서 본인을 위해 돈을 쓰시라”고 말렸지만 권 할머니의 뜻을 꺾지 못했다. 당시 고인은 구청 직원에게 “세상 떠날 때는 다 나누고 가는 게 도리”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을 기부한 뒤 권 할머니는 빠르게 쇠약해졌다. 지난달 21일 인근 요양병원에 자진 입소했고, 코로나19 등의 확진 판정을 받으며 호흡곤란·심부전 등을 겪다가 결국 별세했다.

자녀 등 연고자가 없었기에 북구청이 지역의 한 장례식장을 빌려 공영장례로 할머니를 모셨다. 오태원 북구청장과 북구 직원 등이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오 구청장은 “어르신께 깊은 애도와 함께 생전에 보여주신 조건 없는 이웃 사랑과 실천에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물질적 소유보다 더 큰 가치를 몸소 보여주신 크나큰 사랑은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과 따뜻한 불씨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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