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성공 사례 보니…자사주 소각률 100% 메리츠

자사주 매입해 전량 소각하고 주주환원률 50% 달성
저평가 해소하며 3년간 주가 상승률만 596%
대주주 1주=소액주주 1주 철학 통했다 평가
  • 등록 2024-02-27 오전 5:00:00

    수정 2024-02-27 오전 5:0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기존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기업들의 사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가 수년 전부터 자사주를 매입 후 100% 소각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 곳으로 손꼽힌다.

김용범 메리츠금융그룹 부회장도 지난 22일 지난해 실적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정부가 진행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메리츠가 기존 실행하고 있는 방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다른 상장사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빠져 있다면 메리츠가 아무리 잘해도 중력과 같이 작용해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다른 주식들도 제대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 2022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최소 3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내용의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미국의 빅테크인 애플과 같은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리츠 주주환원 정책의 핵심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으로, 메리츠금융그룹은 현재까지 자사주 취득신탁 계약을 통해 매입한 자사주는 신탁 종료 후 소각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소각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규로 3월과 9월에 각각 4000억원, 24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신탁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1년간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으로 목표 조기 달성 시 신탁 계약을 종료,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통상 자사주 매입은 단기적 주가 부양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는 방안으로, 메리츠금융그룹은 이를 통해 시장의 저평가에서 벗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2021년 2월 19일 주당 1만1300원에 머물던 주가는 2022년 2월 18일 3만8400원까지 상승했으며 올해 2월 19일에는 7만860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3년간 주가 상승률이 596%에 이른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위주로 한 선진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배경으로 대주주인 조정호 회장의 ‘대주주의 1주와 개인투자자의 1주가 같다’는 거버넌스 철학을 꼽는다. 조 회장은 지난 2011년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에 오른 뒤 우수한 전문 경영인에게 전권을 일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다. 2022년 11월에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사가 자회사인 화재와 증권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자회사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그간 한국 자본시장에서는 대기업들의 핵심 계열사 물적분할 등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인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모범적인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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