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일선 학교 급식실을 방문해 위생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교육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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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지난 5월부터 이어졌던 대전지역 초·중·고교의 학교급식 파행이 3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대전시교육청과 대전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비노조)는 지난달 25일 46차 교섭을 진행,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다. 학비노조 측 요구안의 407개 조항 중 350여개 조항에 대한 잠정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주요 쟁점사항으로 부각됐던 방학 중 근무일수와 자율연수 등 확대에 대한 합의점도 도출됐다. 그간 학비노조는 방학 중 비근무자 연간 근무일수 320일 표준화와 상시근무자 자율연수 10일 부여, 조리원 배치 기준 완화 등을 요구해왔다. 잠정 합의안에는 연간 근무일수를 290여일에서 약 300일 수준으로 확대하고, 자율연수 대신 학습휴가를 3일 추가 보장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대전교육청과 학비노조는 이번 잠정 합의에 이어 내달 중 추가 교섭을 통해 나머지 조항에 대한 합의점도 도출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학비노조는 지난 5월 15일 5년째 표류 중인 단체협상 체결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 기간 동안 대전지역 34개 초·중·고교에서 노조원 155명이 참여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장기간 급식이 차질을 빚었다. 대전교육청과 학비노조 관계자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쟁점사항들도 있지만 5년째 교섭이 계속된 만큼 노·사 모두 빨리 매듭을 짓자는 데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제한 뒤 교육청은 ‘파업 종료’를, 학비노조는 ‘근무조건 개선’ 등을 최대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이번에 이뤄진 장기간 파업으로 야기된 후유증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3억원이 넘는 대전교육청의 재정 손실은 물론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업체들의 피해도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급식실 조리원들의 장기 파업으로 대체 급식 제공 등을 위해 교육당국은 3억 4000여만원의 예산을 추가 지출했고, 급식 식재료 납품업체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또 일부 학교에서 자행된 장기 파업으로 어린 학생들은 급식이 아닌 간단한 빵이나 도시락으로 해결해야 하는 등 정신·건강학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특히 교육당국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협상 태도는 앞으로 학비노조가 더 무리한 요구를 하게 만드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는 학교 급식에 필요한 업무 일수보다 오히려 더 많은 근무 일수를 인정, ‘무노동=무임금’이라는 원칙을 손상시켰기 때문인다. 이와 함께 정부와 정치권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간 일선 교육현장에서 요구했던 ‘학교 급식실 국가 공익 필수사업장 지정’ 관련법을 제정을 외면하면서 급식실 조리원들의 장기 파업을 사실상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과거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은 악(惡), 정규직은 선(善)’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고용형태를 규정졌다. 그러나 정년이 보장되는 사실상 정규직인 학교급식 조리원들조차 비정규직이라는 프레임을 씌여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당국이 당장의 민원 해결을 위해 스스로 굴복한 이번 협상에 대해 교육공무원들은 물론 학부모들조차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정치권과 교육당국은 ‘교권회복’과 함께 고용을 둘러싼 원칙을 지키기 위해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