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이 해석이 사뭇 불편하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 연착륙을 고민하고 있는 한은 입장에서, 보고서가 가계부채를 더욱 늘리는 ‘촉매’로 작용할까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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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가계는 초과저축을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실물·금융상황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향후 추이를 관망하는 것”이라며 “초과저축으로 인해 개선된 가계 재무상황은 부정적 소득충격의 영향을 완충하면서 민간소비의 하방리스크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는 한편, 초과저축이 여건 변화에 따라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뒷부분을 주목했다. 언론 보도 직후 일부 부동산 유튜버들은 보고서의 내용을 다루며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100조원 이상의 자금이 대출과 함께 주택시장으로 들어 올 수 있다는 ‘한은발 보증서’가 제공된 셈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중에 퍼져 나갔고, 집값 상승론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한 한은 관계자는 주변에서 초과저축으로 집값이 오르는 것이냐는 물음이 쇄도해 설명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조사국 보고서는 발표 전 내부 토론에서 우려가 제기됐다고도 한다. 해석을 달리할 여지가 있고 추세치 설정기간, 활용 변수 등에 따라 데이터가 상이하게 나타난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보고서 말미엔 ‘본 보고서는 총량지표를 이용한 분석으로 가계부문별 이질적 행태까지 살펴보기 위해선 추후 미시자료를 통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적시돼 있기도 하다.
여론을 의식한듯 지난달 31일 한은 블로그에 올라온 ‘팬데믹 이후 가계 초과저축 분석 및 평가’라는 글에는 주택시장 영향 부분이 비교적 ‘톤다운’됐다. 블로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초과저축이 유동성이 높은 금융자산으로 축적되어 있어 여건변화에 따라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