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명을 돌파하면서 ‘펫팸(PET+FAMILY)’족을 겨냥한 프리미엄 시장이 열리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레스토랑부터 호텔 패키지까지 ‘펫코노미(Pet+Economy)’ 소비 시장은 전문화·세분화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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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반려견과 함께 방문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애견카페 ‘퍼피라운지’는 강아지를 위한 오마카세(おまかせ·맡기다는 뜻으로 주방장이 내놓는 코스 요리)로 애견인 사이에서 화제로 떠올랐다.
이곳은 100% 예약제로 운영한다. 사전 예약을 통해 강아지 △이름 △종 △몸무게 △체질 등을 미리 파악해 메뉴를 구성한다. 특이체질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강아지의 특성을 반영해 1대1 맞춤 식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2층 오마카세 방에 들어가자 김혜련 총괄 셰프가 손님과 반려견을 직접 맞이했다. 낯선 공간에 다소 불안해하는 강아지에게 상냥한 인사를 건넨 김 셰프는 이날 준비될 코스 요리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방 안에는 이날의 주인공 강아지가 앉을 수 있는 푹신한 방석과 함께 강아지 눈높이에 맞춘 다과상, 식기 등이 마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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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셰프는 “모든 음식은 휴먼그레이드(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최상위 등급의 사료)로 만든다”며 “반려견 입맛에 맞춰 다양한 연구 끝에 개발한 요리”라고 말했다.
애견 오마카세 가격은 △소형견(~7㎏) 5만8000원 △중형견(7~15㎏) 6만8000원 △대형견(15㎏ 이상) 7만8000원이다. 사람의 한 끼 식사 값과 비교해도 굉장히 고가지만 반려견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나 기념일을 챙기는 반려인들로 이달 주중·주말 예약은 몇 자리를 제외하고 대부분 마감됐다. 퍼피라운지는 하반기 부산 지역 매장 오픈을 계획 중이다.
최선아 퍼피라운지 대표는 “최근에 강아지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오마카세를 준비했다”며 “강아지가 내 동생이, 내 아이, 내 가족이라면 무엇이든 아깝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만큼 영양가 있는 음식을 주고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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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간식도 고급화하는 추세다.
GS리테일(007070)의 자회사인 반려동물 종합 플랫폼 어바웃펫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반려동물 수제 간식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14.7%나 늘었다. 수제 간식은 일반 가공식품 간식과 다르게 휴먼 그레이드 원료를 사용해 사람 손으로 직접 만든 프리미엄 반려동물 간식이다. 수제 간식류 매출이 증가하면서 상품 수도 2021년 142종에서 2023년 상반기에 421종으로 3배 가량 확대됐다.
호텔 업계도 여름 휴가 기간 동안 ‘펫캉스(펫+호텔 바캉스)’ 족을 위한 상품을 쏟아 내고 있다. 신세계(004170) 그룹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는 펫 프렌들리 호텔로 6개 타입의 펫캉스 전용 룸을 선보이고 있다.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도 ‘리트 버디’ 프로그램을 통해 프리미엄 반려동물 유모차 대여는 물론 소파, 담요, 식기 등을 구비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점점 더 고급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에게 고가 제품을 사주는 심리는 자녀에게 명품이나 좋은 옷을 입히고 싶은 부모의 심리와 다르지 않다”며 “반려동물과 함께 즐기는 놀이 개념과 인식이 확산하면서 이색 사업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