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수 픽업그룹의 신작 ‘차피타씨’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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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헌 공연기획자] 서울문화재단의 대학로 극장 쿼드(구 동숭아트센터)가 새로운 무용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쿼드 초이스’의 세 번째 안무자인 안성수가 이끄는 안성수 픽업그룹의 신작 무대가 시선을 모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안무가 중 한 사람인 안성수(한예종 무용원 창작과 교수)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신문방송학도에서 영화 전공으로 진로를 바꿨던 그는 미국 뉴욕에서 재활 치료차 체험한 발레 효과로 몸의 건강을 되찾으며 뒤늦게 줄리어드대에서 무용을 전공했다. 미국 유학시절 안성수 픽업그룹을 창단, 프로페셔널 활동을 시작해 뉴욕 ‘조이스 시어터’, ‘DTW’ 등 대표적 춤 전용극장에 초대받기도 했다. 1990년대 말 귀국 후에는 새로운 자신의 프로젝트 춤 단체를 설립해 다채로운 작품을 발표하며 평단은 물론, 일반 관객들의 호평 속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초반까지 제3대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며 ‘쓰리 볼레로’, ‘혼합’, ‘스윙’, ‘제전악-장미의 잔상’, ‘라벨과 스트라빈스키’, ‘검은 돌: 모래의 기억’ 등 다채로운 안무 목록을 구축, 안무자로 최전선에서 수작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음악 해석에 남다른 재능과 음악을 분석하는 안무가로 마니아층을 만들기도 했다.
| 안성수 픽업그룹의 신작 ‘차피타씨’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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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수 픽업그룹의 신작 ‘도발’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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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쿼드 초이스’의 더블빌로 선보인 ‘도발’과 ‘차피타씨’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동서양의 음악을 배경으로 각각 2인무와 5인무 형식의 춤을 보여줬다. 필자는 두 작품 중 ‘도발’에 더 눈길이 갔다. 연주자 라예송이 한국의 악기(가야금·주발·승무 북가락)를 신비롭게 연주했다. 그런 가운데 무대 뒤편 붉은 천 위에 누워 자리한 무용가 장혜림과의 절묘한 조우는 객석의 분위기를 온전히 집중시키며 명상적, 제의적 분위기를 연출하며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정중동의 미학’을 선연하게 실천해 보였다. 무대 공간을 자유롭게 변형하며 연주자와의 호흡, 그리고 춤의 밀도는 가히 범접하기 어려운 다른 세계로 우리를 여행시켜 줬다. 작품 제목 ‘도발’을 통해 객석에 자리한 관객들에게 ‘감각’과 ‘감성’을 도발시킨 안무자의 의도가 적중해 보였다. 미니멀한 감각적 연주와 춤사위의 구도는 시청각을 자극하며 뛰어난 협업의 성과로 남을 만큼 아티스트들과의 역량과 시너지가 두드러졌다.
두 번째 작품 ‘차피타씨’는 흥겹고 넉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믿고 보는 이주희, 이은경 두 뮤즈의 농익은 춤사위와 개성 강한 신예 무용수들의 케미가 객석에 전달됐다. 영화 ‘그린 북’ OST 넘버 등 7편의 피아노 연주, 현악과 타악 위주의 흥겹고 정겨운 음악들의 리듬만큼 각자 빠르고 시원한 상체 움직임과 밝은 표정 연기를 통해 싱그러운 초여름 밤의 시간, 이국적 풍경을 선물했다. 다섯 여인의 이야기를 담은 싱그러운 무대는 일상을 잠시 잊은 듯 여유를 남겨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