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조작 사태 추이를 보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4일 주가 폭락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날 거란 우려에서다. 3년에 걸친 초유의 주가조작 사건이 터졌는데, 소리만 요란할 뿐 초유의 특단의 대책은 보이지 않아서다. 이대로 가면 소 잃고 제대로 외양간도 못 고쳤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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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전문가인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에게 대책을 물었다. 안 교수는 “한 번 주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할 정도로 처벌해야 주가조작이 근절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현재는 주가조작을 통해 수천억원의 이익을 챙겨도 제대로된 벌금조차 부과되는 않는다. 부당이익액에 ‘2배 과징금’을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지난 16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등 주가조작 처벌 강화 법안은 처리되지 않았다.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위·금감원 엇박자”라고 꼬집었다. 이에 국민의힘 윤주경·민주당 이용우 의원,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등은 금융위가 가진 감독규정 제·개정 권한 등을 금감원으로 이관하자고 제안했다. 금융위가 액셀(산업정책)과 브레이크(감독기능)를 모두 가질 게 아니라 금감원으로 감독 기능을 일원화하자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특단의 대책 중 하나로 논의해 봄직한 주제인데, 정부 대책에는 쏙 빠져 있다.
그동안 주가조작 기사를 쓰면 ‘사건번호 133번은 수사하고 있나요’라는 댓글이 종종 달리곤 했다. ‘도이치모터스’ 불공정거래 사건번호 133번을 언급하는 댓글이다. 야당 지지자의 정치적 성향을 담은 댓글일 수도 있지만, 주가조작 진상규명·처벌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 깊은 불신을 보여주는 의견이기도 하다. ‘제2의 라덕연’을 막는 근본 해법은 예산·인력 대책이 아닐 수 있다. 이번에는 반드시 주가조작을 뿌리 뽑겠다는 정권 의지를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