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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피해자인 산학협력처 산단운영직 F에게 “내가 아는 E위원님은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고 말했다. 또 성희롱·성추행 피해자들에게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2년 동안 사용 가능한 연차가 26일이니, 기 부여한 연차 15일 중에 4일을 지우겠다”고 말하면서 연차를 삭제했다가 복구하기도 했다.
또 “내가 어떤 여성을 만나서 키스를 몇시간 하였는지 아느냐”, “중국 유학생활 중 외국인 여자들과 잠자리를 가졌다” 등의 성희롱 발언도 했다. 아울러 H의 경력점수를 15.8점만 인정해야 하나, 근거 없이 군경력(장교복무) 28개월을 ‘공공기관’ 근무경력으로 인정해 20점을 부여하는 등 채용비위도 저질렀다.
1심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는 F 등의 상급자로서 직장 내 성추행을 방지해야 할 지위에 있는 자임에도, 오히려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2차 가해와 성희롱을 했다”며 “그 피해자들로서는 이를 외부에 알릴 경우 자신들에게 가해질 불이익 등을 두려워해 이를 감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원고의 비위행위는 더욱 엄격하게 취급돼야 한다”고 봤다.
또 “원고의 산단운영직 채용비위 행위로 인해 서류전형에서 합격할 수 있었던 다른 지원자가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해 산단운영직으로 채용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2심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직접적인 성희롱 행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비위의 정도가 약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연차 변경행위와 관련해서도 그로부터 수일 이내에 회복 조치를 취했다”면서 “원고가 피해자들과 같이 근무하는 기간 동안 반복적인 성희롱 행위를 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성희롱으로 인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의 경우 비위의 경중을 막론하고 고의가 있다면 ‘해임’ 이상 ‘파면’까지 할 수 있고 이러한 기준이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또 피고의 직원인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돼 임직원 상호 관계에도 심각한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가 장기간 근무하면서 이 사건 파면처분 전에 피고로부터 징계를 받은 적이 없다는 점 등 원심이 인정한 사정을 비롯해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파면처분의 정당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원심판결에는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