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통해 근로자와 해고자의 자유로운 노조 가입이 보장되고, 노조는 세금을 안 낸다. 조합비는 소득공제를 받고, 회사에서 노조 계좌에 조합비를 직접 넣어주는 일괄공제도 인정된다. 또 정당한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는 민형사상 책임이 면제되고, 쟁의 기간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근로자를 구속할 수 없다. 여기에 단체협약은 법률과 같은 규범력이 인정된다. 사용자는 단체교섭 거부 등 부당노동행위가 금지되며, 단체협약을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노동조합 대표는 4대 사회보험, 최저임금, 노동위원회 등 주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도 참여한다.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정치의 계절에는 정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노조의 주장에 각종 정치적 이슈가 증가하더니 급기야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까지 등장했다. 이쯤 되면 노동조합의 정체성이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노동조합은 누구를 대표하는가?
‘2021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노동조합 조직률은 14.2%다. 민간부문 11.2%, 공공부문 70.0%,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 46.3%, 30명 미만 0.2%로 나타났다. 2022년 8월 기준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은 3.3%에 불과해 정규직의 17.8%에 한참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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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조직률 통계는 노동조합이 주로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 근로자의 이익을 대표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중소기업 근로자와 비정규직 등 85.8%는 소외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MZ세대 화이트칼라 중심으로 새로운 노동 운동이 출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들은 외친다. ‘나는 나를 대표하는 새로운 조직을 원한다’고. 다수노조가 독점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소수노조의 교섭권 분리를 적극 인정하는 방향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요구도 터져 나온다.
학계에서는 “왜 노동조합에만 배타적 대표권을 인정해야 하는가”라는 물음도 제기된다. 노동 현장의 다양한 노동력 구성과 이해관계의 이질성을 반영하고 비정규직 등 미조직 근로자도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대표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조도 1989년 19.8% 이후 추락한 조직률을 회복하고 대표성을 강화하려면 닫힌 문을 열고 변화와 혁신에 나서야 한다. 일부는 부패한 폭력집단이라는 비판을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회계 투명성 논란도 본질은 자주성 문제다.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한 단체여야 한다(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제4호). 노조 스스로 회계감사 결과를 당당하게 공개하고, 고인 물에 썩은 곳이 있다면 선제적으로 자정에 나서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정부도 노사단체 보조금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식 대신 거버넌스 혁신을 전제로 노사발전재단에 사업을 맡기는 등 개선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비상한 상황에서는 법 집행을 엄정히 하되, 기본적으로 노사단체의 운영은 내부의 민주주의가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산내용과 단체협약을 노사 대표와 공익전문가로 구성된 노동위원회에 등록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노동조합법이 제정된 지 70년이 지났다. 노사정이 합심해 노동시장과 근로환경 변화에 맞게 산업민주주의와 근로자 대표제도를 다시 손볼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