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연말을 맞은 한국거래소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누구일까. 내부에서는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임원들이 아닐까 하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임기가 만료된 임재준 유가증권시장본부장과 조효제 파생상품본부장 이야기다. 퇴임 후 3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피해 계속 출근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냐 하는 농담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인사검증 업무를 맡은 법무부의 검증 지연 탓에 거래소 부이사장 인사가 보름 넘게 안갯속이다. 통상 두 달 가량 걸리는 거래소 인사검증이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후임 인선을 마쳤어야 하는 시기”라며 “법무부에 검증을 왜 빨리 하지 않느냐고 촉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2015년 거래소는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지만 여전히 정부 인사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다. 정부 업무 위탁 수행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기가 만료된 유가본부장과 파생상품본부장은 후임이 정해지기 전까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자리를 지키고 있다. 후보자를 추인하기 위한 이사회 주주총회 개최 역시 법무부 인사검증 결과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법무부가 인사검증을 하겠다던 포부가 무색하게 첫 검증부터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공직후보자의 청렴성이나 도덕성 등 적격 판단을 위해 객관적 1차 검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을 공개할 경우 공정한 검증 수행에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며 인사검증 경과에 대해 말을 아꼈다.
조속한 인사검증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차기 파생상품시장 본부장에 이경식 전 금융감독원 금융투자 부원장보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현 조효제 파생상품본부장에 이어 잇따른 외부 수혈이다.
거래소 내부에선 파생본부장에 금감원 출신 인사가 거론되는 데 대한 불만이 여전하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금감원이 감독기관이긴 하지만 파생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외부 인사 수혈이 거래소 역량 제고에 과연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노조 측은 법무부 인사검증을 마치고 이 전 부원장보의 파생상품본부장행이 유력해지는 대로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독립성 확보를 주장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하루 빨리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법무부가 조속히 인사검증을 마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