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울산경찰청 동부경찰서에서 만난 지경은(42) 경제범죄수사1팀장(경감)과 박종문(37) 수사관(경장)은 최근 전세사기범 일당을 수사했던 때를 이렇게 떠올렸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메시지로 대화하고 대포폰을 쓰는 등 종적 감추기에 능한 사기범을 잡기 위해 무엇보다 빠른 대응에 주력했다. 이들은 “신청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 ‘하루가 지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팀원들에게 바로 연락해서 곧장 보완하는 등 서둘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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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경제적 살인’으로 불리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지난 7월 ‘전세사기 수사전담본부’를 띄우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선 가운데, 지 팀장과 박 수사관은 최근 전세자금 대출 15억원을 가로챈 일당 28명을 무더기로 검거하는 ‘쾌거’를 올렸다.
지 팀장은 이 사건을 ‘명의를 도용해 바지임대인을 내세운 유형’으로 규정했다. 그는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수수료를 받을 목적으로 허위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금융기관의 청년층 맞춤형 대출금을 편취한 게 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최근 명의를 도용해 바지임대인을 내세운 전세사기가 횡행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임대·임차인 브로커들은 급전이 필요한 20대 초년생과 명의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으려는 집주인을 SNS로 모집했다”면서 “이들은 비교적 심사가 허술한 인터넷은행, 관행적으로 전세계약서를 체결해주는 공인중개사, 이전 세입자 확인 없이 확정일자를 내준 동주민센터 등을 노렸다”고 설명했다.
“서울·인천도 당일치기 이동…인터넷은행 등 책임있는 자세도”
이들은 이 사건의 브로커를 잡기 위해 서울·인천 등 전국 방방곡곡을 뒤졌다. 지 팀장은 “서울, 인천에서 대포폰 발신자 추적이 뜨면 곧장 울산에서 차를 몰고 갔다”며 “결국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대기하다가 임차인 브로커를 끝내 잡으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쥐게 됐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다각도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지 팀장은 “보증보험으로 피해를 본 전세대출금을 막아주지만 이 돈은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만큼 은행들은 대출에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공인중개사가 현장에서 전세계약서를 작성하러 온 사람들을 보면 충분히 의심스러운 정황을 알 수 있고, 이러한 피해도 막을 수 있다”며 “동주민센터에선 세입자부터 꼼꼼하게 확인하고 확정일자를 해주면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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