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취득·소각이 실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자사주 취득, 유동 주식수 줄어 주가 상승 가능성 높아
자기 사업에 대한 자신감 보여주는 수단도
자사주 취득보다 소각까지 이어져야 효과 커
  • 등록 2022-09-05 오전 6:10:00

    수정 2022-09-05 오전 6:10:00

[이데일리 안혜신 김응태 기자] 기업이 자사주 취득이나 소각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주가를 부양시켜 주주가치를 제고시키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실제 자사주 취득이나 소각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까.

자사주 취득도 좋지만…소각 늘어야

기업의 자사주 취득은 보통 그 기업 주가에 호재로 분류한다.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한 규모만큼 유동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이 자사주 취득 목적으로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적는 이유다. 또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기도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업이 자기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 주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주가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자사주 취득 자체만으로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기업의 보유 지분을 높여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사주 취득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매입한 자사주를 없애버리는 소각이 필요하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 주식수 감소로 이어져 주당순이익(EPS)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낸다. 자사주 소각이 ‘기업이 할 수 있는 주주가치 제고의 절정’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이유는 앞으로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이 소각을 결정하는 경우 주가는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적극적인 업종은 금융 업종이다. 올해도 메리츠금융지주(138040), 메리츠화재(000060), 메리츠증권(008560), KB금융(105560), 신한지주(055550), 하나금융지주(086790), 다올투자증권(전 KTB투자증권(030210)), 미래에셋증권(006800) 등이 줄줄이 자사주 소각을 공시했다. 특히 메리츠 계열사가 가장 적극적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6월에 900억원, 지난달에도 896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밝히는 등 꾸준히 자사주 매입은 물론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가 하락 방어에 나서는 모습이다.

기업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기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은 물론 궁극적으로 매입한 자사주가 소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자사주 취득이 많아지면 소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맞지만 항상 비례하는 움직임은 아니다”라면서 “기업 스스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취득한 자사주를 가급적으면 소각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자사주 매입·소각 이후 대부분 주가 실제 상승

자사주 매입은 실제 대부분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인 17개 기업이 2% 이상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23건의 공시 중 14건에서 자사주 매입 기간동안 증시를 아웃퍼폼하는 주가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업체의 주가 흐름을 분석해보면, 지난 2일까지 자사주 취득 결정 공시한 사례(122건) 중 다음 날 주가가 상승한 사례(2일 공시 종목 제외)는 84건이었다. 전체에서 68.9%의 비중을 차지했다. 코스피에서 자사주 취득 시 주가가 상향하는 경우가 더 잦았다. 코스피에선 48건 중 35건(72.9%)이 주가가 올랐다. 코스닥에선 74건 중 49건(66.2%)의 경우만 주가가 반응했다.

코스피에서 자사주 취득으로 가장 큰 주가 상승률 보인 업체는 화성산업(002460)이었다. 화성산업은 지난 3월22일 8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결정 공시한 뒤 다음 거래일 주가가 전날보다 20.3%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세종텔레콤(036630)이 자사주 취득 공시 후 주가가 크게 뛰었다. 세종텔레콤은 지난 8월18일 149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공시를 낸 후, 다음 거래일 주가가 682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자사주 소각 결정은 코스피 상장사보다 코스닥 업체들의 주가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올해 8월까지 자사주 소각 결정을 공시한 사례(39건) 중 다음 거래일 주가가 상승한 경우는 22건으로, 전체에서 56.4%였다. 코스피에선 23건 중 9건(39.1%)이 우상향했다. 반면 코스닥에선 16건 중 13건(81.3%)이 주가가 올랐다. 코스닥 기업들은 자사주를 소각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투자자로부터 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에서 자사주 소각으로 주가 상승률이 높은 업체는 락앤락(115390)이었다. 락앤락은 지난 7월19일 148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후 다음 거래일 주가가 9.8% 상승했다. 코스닥에선 지난 7월12일 테크윙(089030)이 73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공시 뒤 다음날 주가가 9.0% 올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하더라도 기업의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가 부양 효과는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환율이나 경기 민감도가 큰 기업들은 주가 부양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은 기업 가치나 펀더멘털 측면에서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다”면서 “환율이나 경기에 민감한 종목은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주가가 부양되는데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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