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 없는 사형제…"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사형제 존폐]③

[사형제 존폐 또 심판]③유명무실 사형제
檢 사형 구형해도 法 무기징역 선고 잇따라
'무기징역수 가석방' 최근 4년간 평균 20.75명
"가석방 재범 우려, 대안 마련하고 사형제 폐지"
  • 등록 2022-07-14 오전 6:00:00

    수정 2022-07-14 오전 6:00:00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내연남과 공모해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은해(31). 스토킹하던 여성의 일가족을 살해한 이석준(26). 잔혹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내려지는 최고 형벌은 사실상 ‘무기징역’에 그친다.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가인 우리나라는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경우가 매우 드문데, 무기징역은 사형과 달리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이에 국제정세와 종교단체 반발 등에 따라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인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3일 법원 등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흉악범죄자들의 재판에서 검사가 사형을 구형하더라도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57), 흥신소에 스토킹하던 여성의 집 주소를 알아내 그의 어머니를 살해한 이석준(26),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5)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달 23일 5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권재찬(50)만 검찰이 구형한 ‘사형’을 선고받았다.

법정 최고형인 사형과 달리 무기징역은 가석방할 수 있어 20년 이상 복역하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된다. 형법 제72조에 따르면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할 수 있다. 법무부의 ‘2021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가석방 수감자 중 무기징역형을 받은 이들은 △2017년 11명 △2018년 40명 △2019년 14명 △2020년 18명 등으로 최근 4년간 평균 20.75명으로 파악됐다. 무기징역수들의 가석방이 2017년부터 꾸준히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뜻이다.

범죄 피해를 본 유족은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호소하지만, 국제정세와 국내여론에 따라 사형제 도입은 사실상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작년 기준 사형 폐지 및 실질적 폐지국은 총 144개국이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사형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미국과 일본, 우리나라 단 3곳에 그친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1997년을 마지막으로 25년째 사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종교계와 인권단체들도 사형제 폐지에 대한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형제를 폐지하더라도 강력범죄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조건 사형제를 폐지하면 법정 최고형이 무기징역형에 그치기 때문에 대안 마련도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형제도를 명목상 남겨뒀던 이유는 재범 우려가 큰 범죄자들이 가석방 이후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였다”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사형제를 폐지하기 전에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대안을 마련해두고 폐지 수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안 없이 무조건 사형제를 폐지하게 된다면 제2의 범죄, 제3의 범죄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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