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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의진 기자] “집 바로 앞에 학교가 두 군데나 있지만 걸어서 30분 거리의 중학교에 자녀가 배정됐다. 엄마와 아이 모두 지금 ‘멘붕’(멘탈 붕괴)이다.”
6일 서울 강동구에서 예비 중학생 자녀를 둔 김모(47)씨는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려고 해도 한 번에 가는 노선이 없다”며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아이가 버스를 2번이나 갈아타면서 학교에 가야한다”고 토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2022학년도 서울 지역 중학교 신입생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중학교 신입생 배정은 거주지를 기준으로 전산 배정하고 있다. 이른바 ‘뺑뺑이 추첨’이다.
거주지와 거리가 너무 먼 학교에 배정받은 학부모들은 배정 결과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통학 거리·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교육청의 행정편의주의 탓에 자녀가 불편을 겪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예비 중학생 학부모 고모(46)씨도 “학원가와 가까운 중학교에 배정받을 확률이 높다고 해 이사까지 왔는데 기대했던 학교에 배정받지 못했다”며 “내신 관리를 위해선 결국 기댈 곳은 학원뿐인데 집에서 학교로, 다시 학원으로 가는 거리가 너무 멀어졌다”고 토로했다.
이화룡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학교군 내 학교를 기준으로 배정하는 현 원칙은 유지하되 학생별 통학 거리를 파악해 순차적으로 배정하는 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학군 선호가 높은 지역에선 과밀 학교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정 원칙을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분포 현황을 고려해 학교군을 세분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매년 원거리 배정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은 도시 팽창에도 불구하고 교육 당국이 학교군을 쪼개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교육청 관계자도 “지난 1996년 구분된 학교군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지역 여건을 반영하고 학생들의 통학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군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학교군을 세분화하는 문제에 대해선 “통학 편의만을 고려해 구역을 너무 작게 쪼개면 지역 내 학생 부족으로 존폐 위기를 겪는 학교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