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부풀리기 의혹 등으로 공개 석상 출현을 피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등판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 한 유튜브 매체가 공개한 7시간 통화 녹취로 반전의 기회를 갖게 된 데다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 덕분이다.
`무속인에 의존한다``경력을 부풀렸다` 등 김씨를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꼬리의 꼬리를 물고 있지만, 그를 보는 시선은 좀 달라졌다. 여당 측 지지자들이 당초 예상했던 `파렴치범` 수준은 아니라는 차원에서다.
남편에 의존적일 것이라는 예상과도 달랐다. 판세를 읽으며 윤 후보에게 직접 조언도 하는 `정치적 동반자`일 수도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
김 씨는 과연 어떤 캐릭터에 가까울까. 진의 시황제 이후 중국 천하의 패권을 다퉜던 항우와 유방의 대결을 다룬 `초한지`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젊은 시절 `여치`로 불렸던 `여태후`다.
여태후는 한 고조였던 유방을 도왔던 조강지처다. 그는 유방의 맞대결 상대였던 항우 측에 인질이 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유방의 집안을 건사하며 항우의 압박을 견뎌냈다.
여씨의 면모는 한나라 황후로 권력을 잡게 되면서 드러났다. 한신 등 한 고조를 도왔던 유방의 측근 공신을 쳐내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토사구팽`이란 말이 이 때 유래됐다.
`만랩` 전투력 갖춘 장비일까
7시간 통화 녹취로 드러난 김 씨의 면모 중 하나가 `기가 센` 여자다. 그리고 `막강 전투력`이다. 지난 16일 공개된 녹취록에서 김 씨 본인이 기가 세 “굳이 무속인을 찾지 않는다”고 했다. 열린공감TV 등 여당 측 인사들을 향해 “청와대 가면 가만 안 두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김 씨는 “우리는 원래 좌파였지만 조국(전 법무부 장관) 때문에 입장을 바꿨다”면서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일을 벌인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과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직접 지칭하면서 ‘진짜 적은 내부에 있다’고까지 말했다.
`쥴리` 의혹이나 양 모 검사와의 동거설에 대해서는 `쿨하게` 넘겼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말이 안 된다`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동거설을 두고 `다른 사람들과의 패키지 여행의 하나일 뿐`이라면서 `(사진 등이) 오히려 공개되면 더 좋지`라는 대범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
프로필 등록…등판은 언제?
40일도 채 남지 않은 대선에서 관심의 초점은 김 씨의 등판 시점이다.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그의 프로필 사진을 취재진에 배포했고 김 씨는 자신의 네이버 프로필을 업데이트 했다. 지지자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근황 사진을 공개했다.
가장 유력한 시점은 설 연휴 혹은 그 직후로 보인다. 김 씨가 미술관 등에서 관람 활동을 하고 사후 이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다음달 15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만큼, 그 이전에 조금씩 공개 활동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 씨의 활동을 최소화해야 한다`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 김 씨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윤 후보의 리스크 중 하나라는 인식 때문이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도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알음알음 삼삼오오 얘기들이 되고 있는 건데 아직도 양론이 갈린다”면서 “주된 논의는 현재 등장하면 (여당에서)온갖 프레임을 씌우려고 하는 부분에 말려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