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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연을 비롯해 정부 연구기관들이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원 차세대탄소자원화연구단장 연구팀은 탄소자원화 실증 작업에 한창이다. 일반적으로 이산화탄소는 반응하기 어려운 물질인데 화학연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를 이용하면 이산화탄소를 액상의 탄화수소와 같은 쓸만한 물질로 바꿀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온실가스를 합성석유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설비로는 하루에 합성석유 5kg을 연료로 만들 수 있다.
전기원 차세대탄소자원화연구단장은 “값싼 철계 촉매를 이용했고, 액체 탄화수소의 생산 수율의 한계(40%)를 극복했다”며 “2030년까지 기업 등과 협력해 연간 8000톤 규모 사업화를 이뤄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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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설비가 가동되면 하루 20톤 규모의 합성가스를 만들어 여행용 가방, 가림막의 원료인 폴리카보네이트, 자동차 소재인 폴리우레탄 등 이산화탄소 활용 제품 개발에 쓸 수 있다. 앞으로 시험설비에서 내구성도 확보하고, 대형 공장을 만들어 경제성도 확보해야 하지만 우리 기술로 상용화를 이뤄내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출연연이 개발한 기술은 일부 기업에 이전돼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물을 반응물질(용매)로 사용해 80도 이상의 온도에서 진행되는 화학적 분해방식으로 폐 탄소섬유강화복합재(CFRP)로부터 고품질의 재생탄소섬유와 에폭시 회수 기술 개발해 관련 기술을 카텍에이치에 이전했다. 수소연료저장탱크, 항공기 제작에 쓰고 버려야 했던 소재를 다시 쓸 수 있게 만들었다. CFRP 1kg을 만드는데 원사(탄소섬유) 기준으로 4만 5000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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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관에서 이처럼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관련 기술 개발을 미룰 수 없는 국내·외 상황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개인, 회사, 단체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만들어 온실가스가 늘지 않는 ‘제로(0)’ 상태로 만드는 개념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특히 산업계에서 발생하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활용, 저장하는 등 기존 화석 에너지를 대체해야 한다. 파리협정(2016년), UN 기후정상회의(2019년) 이후 121개 국가가 기후목표 상향동맹에 가입해 ‘2050 탄소중립’을 전 세계 의제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 이전까지 탄소를 줄여야 한다.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가 모여 수립한 탄소중립 기술혁신 추진전략에 따르면 탄소중립 핵심기술 연구개발 투자는 △9178억원(2017년) △9849억원(2018년) △1조 485억원(2019년) △1조 3333억원(2020년) △1조 5995억원(2021년)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법적으로도 지원 체계가 마련되고 있다.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촉진법이 새로 제정되면서 탄소중립 기술 개발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기술개발이 탄력을 받고 있다. 김봉수 과기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은 “출연연들이 탄소중립에 필요한 원천기술 개발을 계속해 왔으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지난 3월 수립한 기술개발 전략에 따라 내년부터 범부처가 탄소중립 연구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며, 과기부도 출연연과 소통하며 연구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