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보다 2단계 높은 ABS 등급 논란…하향 조정될까

코로나19 유례없는 매출 급감에 ABS도 `흔들`
"결국 항공사 신용도에 연계..거품끼어 있다"
조기상환 트리거 발동 여부 `핵심`
  • 등록 2020-03-19 오전 12:13:00

    수정 2020-03-19 오후 1:58:51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항공사 매출이 급감하면서 그동안 당연시됐던 자산유동화증권(ABS)의 노치업(등급 상향 평가)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무보증회사채 등급은 각각 BBB+, BBB-이고, 이들이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ABS 등급은 각각 A, BBB+로 2단계씩 높다. 초과담보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항공사 매출 급감에 신용평가사들은 자산보유자인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보다 2단계 높은 ABS 등급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1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장래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하는 기업은 항공사, 카드사 정도다. 이들은 안정적인 미래 매출을 기초자산으로 5~6배이상의 초과담보를 잡고, 유동화증권을 발행한다. 하나의 특수목적법인(SPC)이 발행한 ABS는 만기시점까지 1~6개월에 한번씩 일정규모로 순차적인 만기가 돌아오게 된다. 대한항공은 칼 시리즈로, 아시아나항공은 색동이 시리즈로 발행하고 있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가 BBB급으로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다”며 “ABS 발행이 거의 유일한 직접 자금조달 수단인데, ABS마저 문제가 생기면 은행 차입밖에 기댈 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3년 전인 2018년 아시아나항공 ABS 리스크가 불거진 바 있다. 특히 작년 2월 아시아나항공의 감사의견 ‘한정’ 이슈로 떠들썩해지며 같은 해 4월 진행된 29회 이데일리 신용평가전문가설문(SRE)에서 아시아나ABS는 워스트레이팅(신용등급이 적정하지 않은 기업) 2위(27.2%·49표)에 올랐다. 1위는 아시아나항공(38.3%·69표)이었다. 또 180명의 응답자 중 110명(61.1%)이 1조원대 아시아나항공의 ABS 조기상환 유동성 리스크를 크레딧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기도 했다. 당시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되기 전으로 총 차입금중 ABS 비중이 36%에 달했었다. 다만 현재는 아시아나보다 대한항공의 유동성 리스크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9월말 기준 아시아나의 ABS 비중은 12% 수준으로 낮아졌고,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을 새 주인으로 맞아 유상증자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형증권사 리스크 담당 임원은 “결국 항공사 신용도에 연계된 ABS가 2단계나 등급이 높은 게 적절하냐는 의구심이 계속되고 있다”며 “위기상황에는 항공사 ABS처럼 거품이 끼어있는 것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신용평가사들도 고민에 빠졌다. 지금 같은 매출 감소가 한 두 달만 더 이어진다면 ABS에서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될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조기상환 트리거란 ABS 투자자에게 기존 계약대로 순차적인 만기상환 대신 매출이 발생하는대로 ABS 원리금을 가장 먼저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조기상환 트리거 발동시 ABS 등급 하향은 불가피하고, 이 경우 ABS가 자산보유자(대한항공 등) 등급보다 2단계 높은 현재와 같은 등급 부여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ABS 등급 논란에 신평사들도 상당부분 고민을 해왔다”며 “이번 코로나19라는 극단적인 사태를 계기로 다시금 이슈가 되고 있지만, 현재 평정근거나 평가방법을 바꾸지 않는 한 ABS가 자산보유자 대비 2단계 높은 부분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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