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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모바일 게임 ‘포레스트 매니아’가 ‘팜히어로 사가’를 사실상 표절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포레스트 매니아가 팜히어로 시가의 레벨, 모드, 규칙 등 주요 구성요소와 창작적 표현을 그대로 포함해 캐릭터만 달리한 정도라는 게 주된 이유다. 두 게임은 특정 타일을 3개 이상 연결해 사라지게 해 점수를 획득하는 게임이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팜히어로 사가를 개발한 킹닷컴이 포레스트 매니아의 국내 마케팅을 맡은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금지 등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고 1일 밝혔다.
대법원은 “팜히어로 사가는 특정한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이 선택·배열되고 유기적인 조합을 이뤄 선행 게임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을 갖게 됐다”며 “저작물로서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그 근거로 팜히로 시가가 과일, 야채, 콩, 태양, 씨앗, 물방울 등을 형상화한 기본 캐릭터를 중심으로 방해 캐릭터로는 당근을 먹는 토끼, 전투 레벨의 악당 캐릭터로는 너구리를 형상화한 캐릭터(란시드)를 사용해 ‘농장(Farm)’을 일체감 있게 표현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기존 게임과 구별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게임 규칙과 관련해서도 기본 보너스 규칙, 추가 보너스 규칙을 기본으로 해 히어로 모드, 전투 레벨, 알 모으기 규칙, 특수 칸 규칙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새로운 재미와 신선함을 주는 한편 앞 단계의 추가 특수 규칙이 이후 추가·변경되거나 다른 규칙과 조합돼 새로운 난이도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포레스트 매니아의 캐릭터가 다른 것은 인정했다. 하지만 팜히어로 시가와 동일한 순서로 히어로 모드, 전투 레벨, 알 모으기 규칙, 특수 칸 규칙, 양동이 규칙(그루터기 규칙), 씨앗과 물방울 규칙(엘프와 버섯 규칙), 방해 규칙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또 팜히어로 사가가 채택한 △노드의 모양과 색상, 특수 효과 △화면 하단의 부스터 아이콘의 형태 △히어로 모드의 반짝임 △양동이 규칙(그루터기 규칙) △씨앗과 물방울 규칙(엘프와 버섯 규칙) △전투레벨 △특수 캐릭터 △방해 규칙에서의 전개와 표현형식을 포레스트 매니아가 그대로 또는 캐릭터만 바꿔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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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심은 포레스트 매니아의 완승으로 뒤집혔다. 포레스트 매니아가 저작권법 위반뿐 아니라 부정경쟁행위와 민법상 불법행위도 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팜히어로 사가와 포레스트 매니아에 일부 유사해 보이는 게임규칙 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게임규칙은 저작권 보호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며 “나머지 부분도 포레스트 매니아는 게임 캐릭터 등을 팜히어로 사가와 다르게 표현해 표현형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두 게임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부정경쟁 등에 대한 혐의에 대해서도 두 게임이 실질적으로 유사할 수 없어 “게임 제공행위는 팜히어로 사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라며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해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거나 경쟁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잘못돼 다시 판결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