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에게 묻다]③로봇이 빼앗은 일자리, 로봇회사가 다시 창출

<1>장용성 서울대학교 경제학 교수 인터뷰
기술 진보 거시적 측면에선 일자리 창출효과
기게에 일자리 잃는 근로자 전직 용이해야
  • 등록 2019-02-07 오전 5:00:00

    수정 2019-02-07 오전 5:00:00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좋은 질문에는 본질을 건드리는 힘이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연중기획으로 <경제학자에게 묻다>를 연재합니다.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바라보려 합니다. 때로는 도발적인 질문도 던지겠습니다. 한국 경제가 나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했다. AI는 데이터 분석을 비롯해 수많은 영역에서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하고 있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기술이 진보하면서 생산성도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기술진보에 따른 부작용’이다.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거시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기술진보가 반드시 일자리를 줄이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같은 학부 홍재화 교수와 함께 쓴 ‘제조업 부문의 기술진보가 과연 고용을 늘리는가, 줄이는가?’라는 논문을 소개했다.

“미국 제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증분석을 해봤어요. 미시적으로, 즉 개별 산업 측면에서 보면 기술진보가 일자리를 없애는 게 맞습니다. 맥도날드에서 로봇이 주문을 받으면서 아르바이트 직원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즉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로봇을 만드는 회사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앞서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자리를 줄였다”고 결론지었던 연구와는 다른 결과여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는 제조업에서만 살펴봤지만 다른 부문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장 교수는 노동생산성 측면에서도 기술진보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가사 노동의 경우에도 세탁기나 로봇청소기 등이 일상적인 업무를 대신 해주면서 주부들이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면서 “여가 시간 등 기계 덕분에 생긴 시간들을 다른 일을 하는데 쓸 수 있게 됐다. 생산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기계 때문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유연한 고용시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의 카풀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해법을 제시했다.

“미국에선 해고도 고용도 쉽죠. 다른 일자리로 쉽게 옮겨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업급여는 기존 급여의 50%를 6개월에서 1년 간 줍니다. 그런데 기간을 다 채우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최근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으로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니까 우버 운전기사를 하면서 생계를 꾸렸습니다. 그만큼 고용시장이 유연하다는 뜻이죠. 반면 핀란드, 스웨덴 등의 유럽 국가에선 급여의 70%를 2년 동안 받습니다. 70%나 받다보니 ‘2년 정도 쉬었다가 다시 일해야지’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장 교수는 “유럽을 따라가지 말고 미국처럼 가야 한다”면서 “최근 카풀 논란도 택시기사를 그만뒀을 때 다른 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사회라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안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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