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최근 한 달 간(2019년 1월 2~29일) 외국계 증권사 메릴린치를 통해 주문한 거래 중 거래량이 가장 많은 상위 종목이란 공통점이 있다. 특히 KD건설은 한 달 간 일 평균 거래량이 997만주에 불과할 정도로 거래량이 적은 종목이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HTS(홈트레이딩시스템) 매수 상위, 매도 상위에 `메릴린치`가 뜨면 일단 피하라`는 얘기가 나온다. 메릴린치를 칭하는 ‘멸치’란 은어까지 등장했다. 코스닥 시장내 거래가 많지 않은 종목에 메릴린치를 통한 주식 매수세를 보고 개인투자자들이 추격 매수를 해 주가가 오르면 해당 매물을 개인투자자한테 떠넘기고 빠르게 매도로 전환하는 매매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알고리즘에 의한 기계적 매매 방식이다. 이런 매매로 인해 메릴린치를 쫓아 주식을 매수했던 개인투자자만 주가 하락에 손실을 보는 사례들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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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 창구를 통한 단타 매매는 작년 2분기까지 꾸준히 증가하다 최근 들어 소폭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메릴린치로 들어오는 거래 주문이 모두 알고리즘에 의한 단타 매매라고 볼 수는 없지만 작년 2분기 전체 거래량(코스피, 코스닥 등 포함) 중 메릴린치 창구를 통한 거래량 비중은 2.28%로 전년동기(1.3%)보다 0.98%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다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작년 4분기엔 1.55%로 감소했다.
“코스닥 소형주, 큰 자본이 휘저어”
문제는 한꺼번에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기계적인 단타 매매가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은 코스닥 소형주에서도 벌어지고 있단 점이다. 평소엔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은 종목들이 메릴린치 창구로 대규모 거래 주문이 들어오면 하루에도 주가가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에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단 지적이다. 이로 인해 작년 8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메릴린치 고객들의 불공정거래행위 여부를 조사해야 한단 주장이 제기됐고 이에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모니터링에 나서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금감원과 거래소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메릴린치 고객들의 매매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워낙 거래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에 조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메릴린치 고객들이 코스닥 내 작은 종목까지도 무차별적으로 매매하기 때문에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지적이 있다”면서도 “코스닥 작은 종목을 큰 자본이 휘저어버리는 문제가 있긴 하나 어디까지를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봐야할 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중으로 보면 주가 방향성이 상실되거나 갑자기 종가가 달라져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트레이딩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며 “기계가 하는 매매는 한 번 수급이 꼬이면 하락에 하락을 부르는 이상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단기 위주의 직접 투자보다 간접 투자, 기업 본질가치에 의한 투자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