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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경남 창원시 상남동 S아파트(전용면적 85㎡)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A씨. 전세 만기를 두어 달 앞두고 마음에 드는 아파트 매물을 사서 나가려고 하는데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버텨 골머리를 썩고 있다. A씨는 2년 전 2억7000만원에 전세로 들어왔는데 그새 집값이 계속 떨어져 지금은 2억45000만원이다. 지금 전셋값은 2억1000만원정도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새 세입자를 구해도 6000만원을 대출받아야 하는 것이다. A씨는 “집주인은 집을 팔더라도 2500만원이나 되는 돈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 판이니 ‘돈 없다, 배 째라’는 상황인데 난감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방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이른바 ‘깡통전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재 아파트 매매가가 2년 전 전세가격보다 많게는 수천만원 넘게 낮아지면서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은 집주인대로, 돌려 받아야 하는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낭패다. 이러한 역전세난이 발생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경남권 중심 ‘깡통전세’ 속출…“전세 보증금 못 돌려줘”
업계에 따르면 경남권을 중심으로 깡통전세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깡통전세는 주택 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 하락으로 전세 재계약을 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주택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이 전국에서 가장 심한 경남에서도 특히 창원시는 2년 전 매매값과 현재 전셋값 간 격차가 수천만원에 이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창원시 상남동 D아파트의 2년 전 전셋값은 2억7500만원(이하 전용면적 85㎡)이었으나 현재 매매값은 2억6000만원이다. 2년 새 전셋값이 1500만원 더 비싸진 것이다. 아직 2년 전 매매값이 현재 전셋값보다 비싼 단지들이 다수이지만 그 격차가 1000만~2000만원인 곳들도 많다. 이 지역 아파트 매매값 하락세가 가속화하고 있어 추가 ‘역전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조선산업 경기 침체로 부동산 가격 하락 직격탄을 맞은 거제시도 심각한 상황이다. 거제시 아주동 M아파트는 현 전셋값이 매매값을 1000만원 앞질렀고, 고현동 D아파트 역시 1100만원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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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폭탄이 부메랑으로…뚜렷한 대책 없어
이처럼 지방 깡통전세가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0년 이후 지속된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로 2014∼2016년에 걸쳐 지방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 분양이 크게 늘어났고, 이것이 지역 경기 침체와 겹쳐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남은 2010~2013년까지만 해도 초반 연평균 6000∼2만여가구에 그쳤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작년 4만여가구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입주 물량도 3만7000여가구에 달하며, 내년은 3만5000여가구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2015년까지 입주 물량이 연평균 5000∼1만2000가구였던 충남은 2016년에는 2배가 넘는 2만2500가구로 새 집이 늘어난 데 이어 작년 2만4500가구, 올해 2만6000가구로 증가 중이다. 지방의 대규모 공급에 따른 역전세난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지방의 집값 하락과 역전세난 문제가 심해지고 있지만 뚜렷한 보호장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미분양이 많은 지역 주택 공급 물량을 조정하고, 최근 세입자 보호를 위해 도입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대한 위축지역 특례(특례보증) 제도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