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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우리 경제 구조가 생각보다 더 취약한 것 같다.”
거시경제학계의 원로로 손꼽히는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66·전 한국경제학회장)는 15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그래도 우리 경제가 최근 정도의 충격은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어 놀랍다”며 이렇게 말했다.
조 교수는 최근 경기 둔화에 대해 ‘정책적 요인’을 들었다. “문재인정부가 불필요한 정책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든 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조 교수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10.9% 인상되는데 대해 “경제적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8350원(전년 대비 10.9%↑)으로 의결했다. 2년째 두자릿수 이상 상승 폭이다.
그는 “요즘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 경제는 다 괜찮다는 것 아니냐”며 “우리 경제만 위축된 건 대내적으로 경제를 잘못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저임금 정책으로 대표되는 문재인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wage-led growth)에 대해 “빨리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韓 경제구조 예상보다 취약해 놀라”
미국의 실업률은 올해 2분기 3.9%(미국 노동통계국)까지 떨어졌다. 일자리가 넘쳐흘러 오히려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딴 세상’ 얘기처럼 들리는 부러운 사례다. 이웃나라 일본도 상승 국면에 있다는 게 경제계의 평가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경기 상승 국면 지속기간(2012년 12월~2018년 6월, 67개월)은 과거 확장기 평균(36.2개월)을 상회하고 있다.
조 교수는 “경제는 기대이고 심리”라며 “미래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기업은 당연히 투자하지 않는다. 문재인정부가 비관적인 인식을 너무 키우고 있다”고도 했다.
조 교수는 그 연장선상에서 고용 부진도 걱정했다. 그는 “고용 측면에서 충격이 커 보인다. 서비스업 쪽도 부진하다”며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의 투자 심리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성장은 요원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올해 신규 취업자 수 전망치를 기존 26만명에서 18만명으로 큰 폭 낮췄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1.2%)도 지난해(14.6%) 대비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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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포용적 성장론 구체화해야”
조 교수에게 정책 대안을 물었더니, 크게 두 가지가 돌아왔다. △포용적 성장론(inclusive growth) 정책의 구체화 △일괄적인 규제 네거티브화(법률 등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 등이다.
포용적 성장론은 복지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소득 주도 성장론과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가장 큰 차이는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경제계에서는 문재인정부가 유독 ‘시장 가격’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말이 나온다. 조 교수는 “포용적 성장의 정책 방향을 구체화 해서 추진해야 한다”며 “구호에만 그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아울러 규제 개혁을 하려면 ‘획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을 개정하든 특별법을 만들든 해서 모든 규제를 (포지티브 방식이 아니라) 네거티브 방식으로 한다고 정해야 한다. 그러면 모든 법 규제들을 개정해야 한다. 그런 방식이 아니라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에 막혀) 규제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정부는 규제가 어디있는 지도 모르는 것 같다.”
조 교수는 또 우리 경제의 둔화를 ‘선진국형 저성장’으로 규정한 뒤 규제 개혁과 함께 노동 개혁, 교육 개혁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끝으로 ‘김동연 경제팀’의 지난 1년에 점수를 매겨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청와대에서 사사건건 간섭을 하니 정부가 잘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 청와대는 헌법에 보장된 각료의 권한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일할 공간을 주고 잘잘못을 따져야 한다.”
조 명예교수는…
△1952년생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석사·박사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계량경제학회장 △한국금융학회장 △홍콩 과학기술대 교수 △민간금융위원장 △한국경제학회장 △서강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