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드림 대신 `중국몽`..선전의 바링허우 CEO

[초혁신시대, 산업의 미래는]
⑦창업 천국 中 선전을 가다
'도라봇' 덩 샤오바이 대표
'YQTC' 쳐 커다 대표
  • 등록 2018-02-14 오전 4:40:00

    수정 2018-02-14 오전 4:40:00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선전(중국)=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선전은 미국보다 더 많은 사업 기회와 넓은 시장, 풍부한 제조기반 등을 갖춰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했지만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선 규제가 없고 전폭적인 지원도 받고 있다.”

선전의 유망 스타트업인 로보틱스 물류 솔루션 기업 ‘도라봇(dorabot)’과 블록체인 기술업체 ‘YQTC’의 CEO(최고경영자)인 덩 샤오바이와 쳐 커다는 올해 서른 살이 된 1988년생 동갑내기다. 이들은 중국의 개혁·개방에 따른 경제적 풍요 속에 성장한 이른바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 세대로 미국에서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JP모건 등 글로벌 기업과 실리콘밸리 등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뒤로하고 선전에서 창업을 선택했다. 두 청년 CEO는 미국을 뛰어넘는 ‘창업 천국’ 선전에서 이 곳에 본사를 둔 DJI(세계 1위 드론업체)나 텐센트(중국 3대 IT업체) 같은 글로벌 기업을 꿈꾸고 있다.

덩 샤오바이 도라봇 대표가 선전시 난산구에 있는 회사 안내 데스크 앞에서 취재에 응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떠나 창업 택한 덩 샤오바이 도라봇 대표

지난 1월 30일 오후 찾은 도라봇 본사는 선전시 난산구의 항구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다. 대형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내부는 사무실과 연구개발실, 제작 공장 등이 개방된 하나의 연결 공간을 이루고 있었다.

AI(인공지능)과 로봇팔 기술을 결합한 로보틱스 물류 솔루션을 개발하는 도라봇은 덩 샤오바이 대표가 지난 2015년 2월, 직원 10명으로 시작해, 불과 3년 만에 전 세계 10개국에서 모인 60여 명의 직원이 일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더 넓은 사무실을 찾기 위해 3번이나 이사를 다녀야했다. 회사 내에서의 모든 대화는 영어로 이뤄지고 있었다.

덩 대표는 광저우의 명문 중산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과 세계적 물류 운송업체 ‘UPS’ 등에서 일했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미련없이 그만두고 창업을 선택했다.

덩 대표가 미국을 떠나 선전을 창업지로 선택한 이유는 △규제없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및 투자 △빠른 제조 생산 속도 △시장의 성장성 등 크게 3가지로 설명했다.

덩 대표는 “UPS에서 일하면서 물류 분야의 로보틱스 창업은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고 (미국보다)중국의 성장성이 크다고 봤다”며 “선전은 기술만 있으면 창업 시 투자받기가 쉽고 제조회사가 많아 시제품 생산이 빠르며 정부의 지원도 신속하다”고 말했다.

실제 도라봇은 중국의 유명 AI기업인 시노베이션 벤처그룹의 리 카이푸 회장으로부터 160만 달러의 창업 자본을 투자받아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2000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투자자들은 도라봇의 지분을 가지고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중국은 물론 미국과 동남아 등에서 300만~4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한 도로봇은 향후 2~3년 간 안정적 성장과 매출을 기록, IPO(기업공개)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라봇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E커머스과 연계한 물류창고 상·하차 및 분류 작업에 AI 로봇 솔루션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덩 대표는 “중국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면 선전이 오히려 미국보다 워킹비자를 받기도 쉽고 외국인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도라봇의 회사 내부에는 직원들의 사무 공간과 연구개발, 로봇 제작, 휴식 공간 등이 모두 마련돼 있다.
쳐 커다 YQTC 대표 “블록체인 기술로 텐센트 넘겠다”

지난해 중국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기술은 선전에서 최고의 유망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선전 중심인 푸텐구의 한 고층빌딩 35층에 있는 블록체인 기술업체 YQTC의 사무실에선 모바일 메신저 ‘위챗(WeChat)’으로 유명한 중국 대표 핀테크 기업 텐센트의 신사옥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쳐 커다 YQTC 대표는 지난 2015년 11월 스타트업의 본고장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창업했지만, 이듬해인 2016년 7월 선전으로 회사를 이전했다. 쳐 대표는 미국 명문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수학 및 경제학을 전공하고, 하버드대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정보시스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쳐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선 블록체인 기술을 가진 많은 회사들이 있어 투자를 받기 어려웠고 새로운 기회도 적다고 판단했다”며 “선전 정부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물론 숙소도 무료로 제공하고 투자자도 직접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중국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에 대해 쳐 대표는 블록체인 기반 사업과 가상화폐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쳐 대표는 “한국에서도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현 상황은 과거 닷컴 버블 때 처럼 위험하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가상화폐는 인터넷을 이용한 도박과 같고, 둘은 충분히 분리해 발전시킬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YQTC의 사업 모델도 가상화폐 없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복제 여부를 판별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반 고흐의 그림을 합법적으로 복제한 미술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불법 카피본을 판별하고, 럭셔리 브랜드나 미술품 경매회사 등에서 복제품을 구분하는 등에 활용된다. 이미 알리바바와 바이두 등 중국 IT기업들과 블록체인 기술 컨설팅과 공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YQTC는 불과 2년여만에 직원이 30여명으로 늘었고 매출은 지난해 100만 위안(약 1억 7000만원)을 달성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전년의 10배에 달하는 1000만 위안으로 잡고 있다.

켜 대표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취해온 신성장 산업에 대한 규제 방식을 볼 때 가상화폐 규제도 수 년내 풀 것으로 내다봤다.

켜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불완전한 상태인데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블록체인이 모든 세상을 다 바꿀 수 있다고 과신하고 있다”며 “기술이 안정화될 때까지 사업을 하며 기다리면 2년 정도 뒤엔 중국 정부도 규제를 풀고 우리도 ICO(가상화폐 공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쳐 커다 YQTC 대표가 선전시 푸텐구 중심가의 한 고층건물 35층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취재진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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