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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검사는 29일 8년전 안태근(52·사법연수원 20기) 전 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안겼다. 우리 사회 대표적 엘리트인 검사조차도 성폭력 피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검찰 내부에서는 서 검사에 이어 피해 고발이 뒤이을 경우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 변호사 등 법조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변호사 출신인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 검사의 검찰 내부 성추행 피해 폭로와 관련해 “사실은 MeToo”라며 자신도 비슷한 피해를 봤다는 의미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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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2010년 10월 30일 안 전 검사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서 검사는 당시 한 장례식장에서 안 검사로부터 공공연히 성추행을 당했다고 전했다. 당시 그 자리에는 이귀남(67) 법무부 장관이 동석한 상태였고 많은 이들이 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서 검사는 인사상 불이익까지 받았고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56·사법연수원 15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성추행 사건을 앞장서서 덮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조직 자체가 남성 위주인데다가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조직문화가 이 같은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안 전 검사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없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서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미투’ 운동이 법조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 검사는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의 말미에 ‘미투(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나도 당했다’는 의미의 미투 캠페인은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배우들의 폭로로 촉발된 전 세계 각 분야의 여성들의 성범죄 고발 운동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조직 성격상 남성적인 문화 탓에서 성적인 문제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더 있을 수 있다”며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할 지 가늠하기 어렵다. 법원이나 변호사업계도 우리와 크게 처지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법조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무일 총장 “진상조사 철저, 조직내 양성평등 강구”
이와 관련 서 검사의 폭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검사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는 글이 수십 건 이상 올라왔다.
사회적 비판 여론이 커지자 성추행에 이어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한 서 검사의 주장을 사실상 부인했던 법무부도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법무부는 서 검사가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29일 대변인실을 통해 “지난해 말 당사자의 인사 불이익 주장에 따라 2015년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충분히 살펴봤지만 아무런 문제점을 기록상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그 밖에 성추행과 관련한 주장은 8년에 가까운 시일이 경과했고 문제가 된 당사자들이 퇴직해 경위 파악에 어려움이 있음을 설명해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 검사의 폭로로 법무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법무부는 하루만에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엄정 처리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 여검사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응분의 조치를 약속했다.
문 총장은 “사안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고, 진상조사를 철저히 할 예정”이라며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진상조사와 함께 검찰 내 양성평등을 위한 조치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직장 내에서 양성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도록 하겠다”며 “한편으로는 피해 여성 검사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직장 내에서 평안하게 근무하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