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내 NOx·CO₂규제 강화…전기차 늘린 현대차 안정권

2020년까지 CO₂배출 95g/㎞ 미만 달성해야
EU 내 대다수 업체 불가능…‘5조 벌금’ 시한폭탄
질소산화물·CO₂·미세먼지 등 다른 기준 규제 부담
  • 등록 2018-01-29 오전 5:14:05

    수정 2018-01-29 오전 5:14:05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지난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발발 이후 세계 각국이 질소산화물 배출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이산화탄소(CO2) 감축 기준까지 더해지면서 다양하게 산적한 중복 환경규제에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규제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유럽에서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이산화탄소 감축 기준에 대다수 글로벌 업체가 크게 밑돈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은 꾸준히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제품군을 늘린 결과 안정권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EU 내 주요 車업체 중 3곳만 달성

28일 영국 컨설팅업체 PA컨설팅이 최근 발표한 ‘2021년 EU 내 11개 주요 완성차업체별 CO2 방출량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볼보와 도요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등 3개 그룹만이 기준치를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는 EU가 2020년까지 제조사들이 대당 연평균 CO2 배출량이 ㎞당 95g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정한 데 따른 가능성 여부를 분석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볼보는 지난 2016년 기준 119.2g/㎞로 기준을 크게 웃돌았지만, 2019년부터 생산하는 모든 자동차에 전기 모터를 장착하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 반영돼 2021년 예상치 83.1g/㎞로 업계 1위를 기록했다.

PA컨설팅이 전망한 EU 내 주요 11개 완성차그룹 CO2 예상 배출량. EU는 2020년까지 제조사들이 대당 연평균 CO2 배출량이 ㎞당 95g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명령한 상태다. PA컨설팅 제공
하이브리드차를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도요타는 당장 올해부터 기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꼽힌 유일한 업체다. 지난 2016년 105.5g/㎞로 업계 1위를 차지한 도요타는 올해 91.7g/㎞로 기준을 달성한 이후 2021년에는 83.5g/㎞를 기록할 전망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도 소형차 판매 비중이 높고 전기차에 대한 투자가 많다는 점에서 2021년 2021년 91.4g/㎞로 높은 전망치를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기준을 달성하지는 못하지만, 95g/㎞를 0.1g 차이로 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차 10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11종, 전기차 8종, 수소전기차 2종 등 총 31가지 친환경차 제품군을 구성할 예정이다. 올해 1회 충전으로 390㎞ 이상 달릴 수 있는 코나 전기차를, 2021년에는 제네시스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밖에 나머지 7개 주요 완성차그룹은 2021년 CO2 감축 기준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전망대로라면 이들은 총 45억유로(약 5조89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과 다임러그룹(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독일 3사가 모두 기준치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측됐고, 현재도 150g/㎞대로 업계 평균보다 훨씬 높은 CO2를 배출 중인 재규어랜드로버는 2021년 130.9g/㎞로 기준치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할 전망이다.

디젤차 감소 정책, CO2 규제선 악재로

PA컨설팅은 유럽 내에서 완성차를 판매하는 업체들의 평균 CO2 배출량이 예상보다 느리게 감소하는 원인으로 CO2 감축에 불리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와 디젤게이트 이후 디젤차 점유율 감소 등을 꼽았다.

특히 현재 국제사회는 지난 2015년 발생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법(WLTP)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9월부터 1년간 전년도 출고량의 30% 범위 내에서 기존시험방법을 적용한 차량도 출고할 수 있도록 일부유예를 결정했다. 여기에 오는 2019년부터 전 차종으로 확대되는 실도로인증기준(RDE-LDV)까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질소산화물 배출량 규제가 산재한 상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이미 닥친 질소산화물 배출 규제와 더불어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 맞춰야 하는 등 중복 환경규제에 맞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산화탄소는 가솔린보다 디젤이 적게 배출된다. 장기적으로 전기차를 늘리면 모두 해결될 일이긴 하지만, 짧은 기간에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배제하기엔 인프라 구축이 더욱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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