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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당국과 국책·시중은행 수장이라는 독특한 경로를 거치며 금융권 입지적 인물로 자리 잡은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이 물망에 오르는 동시에 한국투자금융출신으로 하나은행장을 거친 김종열 전 하나금융 사장을 통해 김승유 전 지주 회장 세력이 부상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4일 공식 1차 회의를 열고 오는 3월부터 하나금융을 이끌 차기 회장을 추천하기 위해 후보군 추리기에 나섰다. 첫 회의부터 총 27명의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하며 하나금융 차기 회장에 쏠린 업계 안팎의 관심을 의식해 인선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롱리스트는 내부 8명, 외부 19명의 후보로 구성됐다. 회추위 측은 “그동안 관리해 온 후보를 비롯해 회추위 위원 및 외부 전문기관 추천 후보, 고위직 퇴직 임원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추위가 2016년 말 기준 확정한 후보군은 총 14명으로 내부 8명, 외부 6명으로 구성됐다. 이와 비교하면 현재 롱리스트에서 내부 후보군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 반면 외부 후보군이 3배 이상 증가한 모양새다. 당국이 제기한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고려해 후보군을 폭넓게 들여다보려는 시도가 읽힌다. 앞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후계자 양성과 관련) 계열사 대표 등 후보군에 은행, 증권, 보험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기회를 주지도 않은 뒤 경험 부족을 이유로 배제하면 결국 남는 것은 (현직 회장) 본인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후보군에 김정태 현 회장을 포함해,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 김종열 전 하나금융 사장 등 전·현직 임원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예측한다. 김정태(66) 회장은 지난 2012년 3년 임기의 하나금융 회장에 올라 2015년 한 차례 연임을 거쳐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의 창립멤버로 외환은행과의 조기 통합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실적 개선과 디지털 부문 강화를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로 경영 역량을 인정받았다. 반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은 금융당국의 압박과 노조의 강도 높은 비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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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금융 출신인 김종열(66) 전 사장은 하나은행 기업고객사업본부 부행장, 경영전략본부 부행장 등을 거쳐 2005~2008년 하나은행장을 지냈다. 이후 하나금융 사장을 지내다 외환은행 인수를 앞두고 2012년 전격 사퇴해 주목을 받았다. 현재 하나학원 이사를 지내고 있다.
김한조(62) 전 부회장은 외환은행 기업사업그룹 부행장, 외환캐피탈 사장 등을 거쳐 2014년부터 1년 반 동안 외환은행장을 지냈다. 2015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 과정에서 함 행장과 함께 통합은행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다, 하나금융지주 글로벌 담당 부회장을 맡았다. 현재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밖에 내부 후보군으로는 함영주(62) 행장과 김병호(57) 부회장이 거론된다. 이들은 지난 2016년 김정태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차기 후계자군으로 일찍이 점쳐져 왔다. 함 행장은 김정태 회장이 전격 발탁한 인물로, 김 회장과 같은 서울은행 출신이다. 특유의 성실함과 영업력으로 고졸 출신 말단행원에서 출발해 2015년 초대 통합은행장으로 취임했다.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출신인 김병호 부회장은 김승유 전 회장 시절부터 ‘젊은 피’ 전략·재무통으로 꼽혔다. 김정태 회장이 하나은행장을 맡았던 시기에 경영관리그룹 부행장으로 함께 일하며 호흡을 맞춰왔으며, 2015년 2월부터 8월까지 하나은행장을 맡아 외환은행과의 통합 기반을 다졌다.
아울러 현재 계열사 대표인 권오훈(61) 하나생명보험 대표, 이진국(62) 하나금융투자 대표, 정수진(63) 하나카드 대표 등도 내부 후보군에 올렸을 수 있으나, 하나금융 임원 및 계열사 CEO들은 현직 회장의 3연임을 위해 고사할 가능성도 크다.
회추위는 이달 19일께 최종 후보군(Short List)을 선정한 뒤 심층 인터뷰 및 프레젠테이션(PT)을 거쳐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회추위 관계자는 “차기 회장 후보 선임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유효한 경쟁이 될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