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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덕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은 올해 주택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민간건설사들이 사상 최대치인 43만 가구의 분양주택을 쏟아낸 만큼 올해 물량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향후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HUG의 분양보증사업도 당연히 올해 주택공급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선덕 사장을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사장은 민간 연구기관에서 30년 넘게 쌓아온 건설·부동산분야 전문가라는 명성답게 주택시장에 대한 분석력이 남달랐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 초대 사장으로서 주택 시장에 대한 책임감도 강했다. 김 사장에게서 향후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과 HUG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수도권보다 지방 분양시장 더 걱정”
그는 일단 전문가마다 견해차를 보이는 주택 공급 과잉 논란에 대해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한다. “지난해 분양 물량이 많았지만, 최근에서야 미분양이 증가세로 돌아선 만큼 아직까지 시장이 소화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고 봐요. 문제는 올해지요. 건설사들이 올해 무턱대고 쏟아낸다면 분명 공급과잉이 될 겁니다.”
김 사장이 지난해 공급물량은 시장에 큰 부담이 안된다고 여기는 이유는 HUG의 실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HUG는 지난해 창사 이래 사상 최대인 150조원의 실적을 냈다. 분양경기 호조로 주택분양보증 실적이 약 89조원을 기록, 전년대비 66% 증가했다. 하지만 분양보증 사고율은 0.16%로 2011년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이다.
김 사장은 올해 시장도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보통 선거철이면 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특성이 있는데다 작년엔 공급물량이 많았던 편이라 올해는 건설사들이 알아서 조절할 것으로 봐요. 작년에 비해서 15~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HUG가 건설업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건설사들이 분양예정인 물량은 약 37만 가구로 지난해 43만 가구에 비해 15% 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다만 올해 세계경제 불확실성 증가,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종합하면 공급량은 작년보다 최대 20%까지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빅데이터 분석, 심사 인프라 강화로 전문성 확보”
김 사장은 주택도시보증이 해야 할 보증의 중요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시장 조절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주택시장을 정확히 판단하고 조절하는 것은 HUG의 중요한 역할이에요. 작년까지는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건설경기를 부양하는데 의미를 뒀다면, 올해는 시장 정상화와 안정화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특히 그는 “올해 시장 상황에 따라 심사 강화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해 건설사들이 자발적으로 물량을 조절할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상반기까지 시장 상황을 분석한 뒤 분양보증 심사 강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 HUG는 올해 고도화된 보증심사체계를 마련하고 보증 사후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신용 평가 모형과 고객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개선해 보증이용 고객에 대한 부실징후 예측력도 높일 예정이다. 김 사장은 “주택시장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보증관련 빅데이터 분석과 심사 인프라를 강화해 직원의 심사전문성도 높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미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HUG의 분양아파트 중도금 대출 보증시 보증건수와 금액을 제한하기로 하고 오는 5월까지 관련 제도를 정비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중도금 대출 보증은 건설사의 신용보증이 어려울 경우 HUG가 은행에 대신 보증을 서주고 집단대출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보통 건설사의 연대보증 한도가 다 된 경우나 시행사의 신용을 믿기 어려운 경우 은행은 건설사에 HUG나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 발급을 요구한다.
현재 주택금융공사와 달리 HUG의 중도금 대출보증은 1인당 받을 수 있는 보증건수와 금액 제한이 없는데, 앞으로는 이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중도금 대출보증 중 HUG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보증 건수와 금액을 제한할 경우 이는 투자수요가 줄어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보증사고가 터지면 수분양자(계약자) 피해가 상당하다”며 “지금은 부동산시장이 순환주기상 성숙단계인 만큼 지금은 부양이 아닌 관리를 통해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앱 개발해 보증정보 제공”
그는 “분양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부도난 건설사에 잔금을 내 돌려받지 못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며 “집살 때 단계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자신의 소중한 자산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HUG는 올해 주택도시기금 운용에 따른 성과창출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는 주택도시기금업무 전산화 작업, 기존 수탁은행으로부터의 업무 이관 등 기금운용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시기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임대주택 공급 지원을 위한 임대리츠제도를 확대운영하고, 도시재생 활성화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HUG는 지난해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 가로주택정비사업, 복합시설형 정비사업 등 신규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보증상품을 도입했다. 올해는 본격적인 지원사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HUG는 근린재생형 기금융자상품도 추가로 개발해 도시재생 상품을 다양하게 운용해 나갈 예정이다. 또 수요자중심으로 변화하는 금융 트렌드에 따라 수요자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보증상품을 개발하고 개선할 생각이다.
김 사장은 마지막으로 건설업계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건설사도 주택사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주택분양사업은 계속 물이 쏟아져 나오는 천수답이 아닌 만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덕 사장은…
195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을 거쳐 건설산업전략연구소를 운영해왔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신도시 자문위원회, 한국토지공사(LH) 국토도시연구원 자문위원회,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특임교수를 거쳐 지난해 1월 대한주택보증(현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직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