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거품]②'버블이다' 근거는?

美 대형 운용사부터 中 자본까지 스타트업으로 몰려
유니콘 대부분 수익모델 없어…우버·에어비앤비도 적자
파산하는 사례도…美증권 당국, 관련 조사 나서
  • 등록 2015-12-01 오전 5:40:10

    수정 2015-12-01 오전 5:40:10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상당수 신생 기업들은 실제로 자신의 기업가치를 스스로도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보기술(IT) 업계 베테랑인 맥 휘트먼 휴렛패커드(HP)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스타트업 거품(버블)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 그녀는 “현재 상황이 닷컴 버블과 비슷하게 과도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1990년대 후반 IT 닷컴버블) 당시를 겪어봤기 때문에 이런 현상에 대해 다소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형 운용사는 물론 중국 거대 벤처 자본까지 미국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유니콘의 기업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벤처캐피털 전문 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5대 대형 자산운용사가 올 들어 9월까지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83억달러(약 9조5948억원)에 달한다. 2011년 한해 10억달러였던 것에 비해 8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와 T.로웨 프라이스그룹, 블랙록 등 이름있는 자산운용사들도 비상장 IT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지난달 중국 최대 사모펀드 중과초상투자관리그룹(中科招商投資管理·CSC)은 창업 초기 기업들에게 크라우드펀딩을 제공하는 웹사이트 엔젤리스트(AngelList)에 4억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중국 사모펀드가 미국에 투자한 역대 최대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해외 투자 규정을 완화하면 중국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금이 쏠리고 있지만 이들 기업 대부분은 아직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고 실제 수익을 내는 기업도 별로 없다. 스타트업 기업 특성상 초기 성장을 위해 투자에 집중하는 부분을 고려해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예가 우버다. 차량공유 앱 업체 우버의 기업가치(510억달러)는 포드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 등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러나 우버는 지난해 상반기 1억6000만달러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튼호텔이나 하얏트 호텔보다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 역시 지난해 1억5000만달러 적자를 냈다고 시장 조사기관 프리브코가 집계했다. 에어비앤비는 올해도 2억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

메모 앱의 대명사 ‘에버노트’가 유료화와 광고 수익 모델 구축에 실패하면서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몸값을 45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받았던 건강보험 중개사 ‘제네핏스’는 매출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비용절감에 나섰다.

스타트업 기업은 초기에 투자금을 기반으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수익모델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파산에 이르는 스타트업도 더러 있다. 한때 ‘꿈의 공장’으로도 불렸던 크라우드 펀딩기반 발명업체 쿼키(Quirky)는 지난 9월 파산을 선택했다. 발명 제품 판매가 부진했던 데다 제작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 수익성을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뮤추얼펀드들이 공룡 스타트업 가치를 제대로 매기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당국도 현재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상장기업인 스타트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같은 기업에 대해 지분가치를 서로 다르게 반영한 경우도 발생한다. 금융데이터 제공업체 모닝스타가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은 90개 기업을 대상으로 뮤추얼펀드가 평가한 지분가치를 조사한 결과 12개 기업의 가치평가가 펀드에 따라 엇갈렸다. 적게는 몇 센트에서부터 많게는 두 배까지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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