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주 봐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배우 정승호(59·왼쪽)와 아들 정원영(30)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졌다. 아버지와 아들은 연기자라는 공통점 외에 웃음까지 꼭 닮았다. 이들은 “부자가 함께하는 인터뷰를 상상만 해왔다. 감회가 남다르다”며 CF 촬영장에서 볼 법한 명품 제스처를 취했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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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내게 끼를 물려준 아버지, 가장 큰 무기죠”(정원영). “직접 말하기는 그렇지만 당시 학교 식당에 가면 환호성이 터져 나올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75학번 동기들에게 물어보면 다 알걸. 하하”(정승호).
부자(父子)지간. 가깝고도 먼 사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예순이 다 된 아버지와 서른 넘은 아들이라면 더욱 그럴 터. 하지만 부자의 대화는 그칠 줄 몰랐다. 조금은 퉁명스러운 듯 애교 섞인 아들의 살가운 말투에는 아버지에 대한 믿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버지는 “요즘 아들이 잘하고 있어 기분이 좋다. 나보다 낫다”는 큰 찬사로 아들을 응원했다. 그렇게 부자는 아버지와 아들이기에 앞서 배우로서 서로를 인정하고 있었다. 아버지 정승호(59)와 아들 정원영(30)이 가족으로 살아가는 법이다. 지난 13일 악극 ‘봄날은 간다’가 한창 공연 중인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연습장에서 정씨 부자를 만났다. 이들 부자의 첫 더블 인터뷰란다.
| 살가운 아들 정원영과 아버지 정승호(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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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꼴 연기인생…8할이 무대 부자는 평생 무대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아버지 정승호는 1975년 동랑극단 단원으로 시작해 올해 연극인생 40년을 맞았다. 현역시절 ‘품바’로 이름을 알린 뒤 영화판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먹고살아야 하니까 TV로 갔다”는 그는 “언젠가는 연극할 기회가 오겠지, 막연히 기다렸는데 드디어 제안이 들어왔다. ‘봄날은 간다’는 12년 만의 복귀”라고 말했다. “품바 이후 무대에 모든 걸 쏟아내고 있다. 진짜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다.”
아들 정원영은 이제 8년 차 배우다. 2007년 뮤지컬 ‘대장금’ 앙상블로 데뷔, 1년 만에 뮤지컬 ‘즐거운 인생’에서 주역을 따내며 차근차근 이력을 쌓고 있는 중이다. 최근까지 뮤지컬 ‘아가사’에서 레이몬드 역으로 활약한 이후 다음달 17일 국내 초연 예정인 ‘베어 더 뮤지컬’의 주인공 피터 역을 맡아 연습 중에 있다. 부자는 붕어빵 외모만큼이나 연극인생도 빼닮았다. 우선 서울예대 연극과 동문. 아버지는 75학번, 아들은 03학번이다. 여기에 제대 후 바로 무대 뛰어든 점이나 어릴 때부터 끼를 주체하지 못한 점 등도 닮았다.
| 아버지 정승호(오른쪽)와 아들 정원영은 인터뷰 내내 편안한 모습이었다. 가끔 아들의 칭찬에 아버지는 쑥스러워했으나 매일 사우나를 함께 가는 살가운 아들 덕에 촬영장은 밝고 즐거웠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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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호는 “원체 끼가 많은 집안”이라고 가족 이력을 소개했다. “처형이 배우 ‘나문희’다. 아내도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왔다. 외가도 그렇지만, 내 아버지도 재미난 양반이셨다. 광장시장서 포목점을 운영했는데 번영회나 부부동반 여행을 가실 때면 아버지가 감초 역할을 했다. 그 점잖으신 양반이 그날이면 코에 성냥개비를 끼우고 꼽추춤을 추셨다.”
그런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고 자란 덕분에 정원영은 극장이라는 공간이 낯설지 않았다. “초등학생 때 집이 대학로에 있었다. 부모님 연극 보러 가서 야식을 먹으면서 놀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래하고 흉내 내고 노는 것을 좋아했다. 부모님은 내가 배우되는 걸 반대 없이 적극 밀어주셨다. 이 같은 끼를 물려주신 것만으로도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정원영이 대학을 진학할 때도 부모의 모교를 선택한 이유다. “예체능 수능 1등급이었다. 몇몇 4년제 대학도 모두 합격했는데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럴 바에 부모의 학교에 가자고 했다. 되레 선후배라는 관계가 큰 힘이 될 것 같았다.”
△아버지와 아들이 말하는 ‘아들과 어버지’ | 외모·체형은 물론 웃는 모습까지 꼭 빼 닮은 정원영(왼쪽), 정승호 부자(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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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에게는 연예인 2세 타이틀이란 꼬리표가 없었다. 그동안 스스로 오디션을 보며 무대에 섰다. 그러다 지난해 말. 뮤지컬 ‘라카지’ 소개차 한 방송프로그램에 정원영이 대선배 송승환과 함께 출연하면서 이들의 부자지간이 매스컴에 공개됐다. 정원영은 “아버지와 관련해 말을 아낀 적은 없다. 그저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 서로를 위해 조심스럽게 행동했다”면서 “이젠 더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밝히려 한다. 서로 도움됐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정원영에 따르면 아버지 정승호는 공부벌레다. 자나깨나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아버지 대본 읽는 소리가 우리 집 알람소리”라는 정원영은 “우리 부자는 매일 사우나에 함께 가는데 거기서도 아버지는 대본을 들고 다닌다”고 폭로(?)했다. “대본에는 빨간 밑줄은 물론 대사를 분석한 메모가 가득하다. 베테랑 프로배우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이에 정승호는 “텍스트가 정답”이라며 아들의 칭찬에 쑥스러워했다.
“아들이 알아서 잘 컸다”는 정승호는 이제 아들이 가정을 잘 꾸렸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이에 아들 정원영은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했다. 술에 관한 모든 것을 아버지에게서 배웠다는 아들은 “아버지가 술을 좀 줄이시고 좋은 작품으로 무대에 계속 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자가 같은 무대에 선다면? 이 지점에서 부자는 입을 모았다. “분명히 좋은 점도 있겠지만 불편한 점도 많을 것 같다. 아버지가 공연만 보러 와도 긴장하는 아들이라. 그렇지만 기회가 온다면 흔쾌하게 해보고 싶다. 하하.”
| 정승호(왼쪽)와 정원영 부자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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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KBS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이모가 나문희고, 부자지간이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았다. 정원영은 “아버지와 관련해 말을 아낀 적은 없다. 그저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고 말했다. 아버지 정승호는 “아직도 부자 사인 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웃었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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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정승호(오른쪽)와 아들 정원영은 촬영 중간 중간에는 오래 된 친구처럼 서로의 손을 맞잡기도 했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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