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에 다니는 11년차 직장인 남성 박호영(38·가명)씨는 평소 버스를 이용해 경기도 용인에서 서울 여의도로 출근한다.
버스를 타자 박씨의 손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찾는다.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장시간 출근길의 무료함을 달래고자 그는 주로 뉴스를 본다. 스마트폰의 인터넷을 누르면 설정해놓은 유명 포털사이트의 모바일 웹페이지가 뜨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각 분야의 주요뉴스 중 가장 눈에 띄는 기사를 클릭해 읽는다.
점차 스포츠와 연예 등의 관심분야로 옮겨가 버스에서 하차하기 전까지 이어폰으로 음악을 켜놓고 아침의 따끈따끈한 뉴스를 소비하는 걸로 박씨의 하루일과가 시작된다.
박씨와 같이 스마트폰을 들고 뉴스를 읽으며 지하철이나 버스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흔한 일상이 됐다.
일반인들의 뉴스 소비가 종이신문에서 온라인으로,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디지털’ 삼켜버린 ‘모바일’
스마트폰과 같은 시·공간의 제약성을 해소한 각종 모바일 다바이스(기기)의 등장으로 최근 4~5년간 뉴스 소비의 이동이 전통적인 텔레비전(TV)이나 개인용컴퓨터(PC)에서 모바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모바일 퍼스트(mobile-first)’ 시대다. 모바일 퍼스트란 모바일 소비 확산으로 이른바 ‘3-스크린(TV/PC/모바일)’ 전체 이용시간 중 모바일 시간이 50%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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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스마트폰이 국내에 본격 도입된 지 불과 5년여 만에 1인당 데이터 월 평균 사용량은 2.5기가(GB)에 이르고 이중 출퇴근 지하철에서만 50%가 소비된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일 만큼 모바일 시장은 시공간을 초월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면 PC 뉴스 서비스의 경우 2012년 1월 대비 이용자수와 이용시간에서 각각 15.7%와 35.5% 감소했다. TV 뉴스는 50~60대 이상이 전체의 65%에 이를 만큼 소비층의 노령화가 고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이들은 TV 뉴스조차 스마트폰을 이용해 시청한다.
다양한 맥락 속에서 모바일이 주 이용 매체 또는 디바이스로 부상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디지털 퍼스트’를 넘어 ‘모바일 퍼스트’ 시대가 순식간에 일상생활로 스며들고 있다. 나아가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이제 세계는 모바일 퍼스트가 아닌 ‘모바일 온리(mobile only)’로 나아갈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유도현 닐슨코리아 미디어리서치부문 대표는 “미디어 소비 행태에서 컨텐트(내용)와 플랫폼(활용 공간)을 망라한 자기주도적 재조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포괄적 시간 재할당을 통한 3-스크린 사용 시간이 스마트폰 이전인 과거 일평균 5시간에서 7시간30분~8시간30분으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뉴스소비 양극화’와 혁신방향
모바일 퍼스트 시대의 이용자 특성도 눈여겨볼 만하다. 모바일 퍼스트는 매체 초기 채택자인 동시에 매체 이용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가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닐슨코리아가 수집한 모바일 퍼스트 시대의 주 이용자는 10~30대 비중이 79%에 이르고 대학 재학 이상 58%, 학생과 사무직이 59%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PC 이용시간은 2012년 7~8월 약 68억분으로 최고조에 이른 뒤 2015년 1월 기준 30억분 후반까지 곤두박질칠 만큼 지속적인 하향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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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조사에서 2015년 1월 기준 뉴스 사이트 이용자의 91.4%는 포털을 통해 뉴스 콘텐츠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모바일 웹과 ‘앱(어플리케이션)’을 합한 포털 뉴스 서비스의 시간 비중은 89.1%인데 반해 뉴스미디어 서비스(모바일 웹+앱)는 10%(10.9%)를 간신히 넘겼다.
뉴스 생산자인 언론계가 모바일로 숨 가쁘게 넘어가고 있는 뉴스 소비 유통의 변화에 따른 생존전략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을 맞았다.
최진순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컨버전스(융합) 조직이라고 만들고 어떻게 바꿀 것이냐에 대한 특별한 목표조차 없는 현실이다. 형식적인 컨버전스만 하고 있다. 언론사의 경쟁력이 낮아진 상황인데도 질 낮은 트래픽 경쟁에만 열을 올린다. 어뷰징 기사 30~40개 만들어내는 건 참여하는 양질의 오디언스(독자)를 찾아내는 디지털 혁신이 아니라 그냥 걸리는 사람들이 만족해하는 환경에 계속 빠져 있는 것”이라며 디지털 퍼스트를 추구하는 한국 언론이 처한 현주소를 진단했다.
최 교수는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꼭 양질의 퀄리티를 갖춘 콘텐츠가 굿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거도 아니지 않나”면서 “‘뉴욕 타임스’ 혁신 보고서에서도 나오는 ‘문화·철학·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정보전달자·비판자를 넘는 새로운 기자역할의 정립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혁신이 매우 중요하다. 혁신의 정점은 커뮤니티 즉 네트워크를 넓히는 일이다. 그게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자 다수가 프로젝트팀 만들어서 어떤 콘텐츠가 우리 미래를 밝혀줄 것이냐를 고민한 뒤 30~40대 직장여성들이 굉장히 중요한 오디언스라는 걸 알게 되고 특화된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 소통하게 된 ‘보스턴 글로브’의 ‘보맘스닷컴’이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좋은 예”라고 강조했다 .